“긴장은 나쁜 게 아니에요.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진심이라는 증거죠.”

한국 테니스 유소년 선수 문성민(14)군이 “시합 중 심장이 쿵쾅거릴 정도로 긴장될 땐 어떡하나요”라고 묻자, 스위스의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44)가 이렇게 답했다. 그는 “상대도 나처럼 긴장한다는 걸 잊지 말고, 5분만 기다리면 페이스를 되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가 1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국 유소년 테니스 선수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유니클로

페더러는 현역 시절 메이저 통산 20승에 누적 획득 상금은 1억3000만달러(약 1860억원)를 웃도는 ‘레전드’. 2022년 은퇴 전까지 라파엘 나달(39·스페인), 노바크 조코비치(38·세르비아)와 함께 세계 남자 테니스계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그런 페더러가 13일 자신이 홍보대사로 일하는 글로벌 패션 업체 유니클로 초청으로 서울 신라호텔을 찾아 국내 유소년 선수 20명을 만났다. ‘미래 세대 육성 캠페인’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페더러는 선수 한 명 한 명과 직접 공을 주고받은 뒤 질의응답 시간까지 가졌다. 현역 때 보여준 카리스마 있는 눈빛은 온데간데없이, 시종일관 웃으며 학생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코트가 빠른 편이니 좀 더 네트에 접근해서 쳐라” 같은 조언을 했다. ‘기초적인 실수가 반복되면 어떡하냐’는 물음엔 “늘 ‘굿샷’만 날릴 수 없다”며 “실수도 게임의 일부로, 이를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는 진심 어린 충고도 건넸다.

13일 서울 신라호텔을 찾은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가 한국 유소년 선수들 앞에서 공을 치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유니클로

행사를 마친 페더러는 “한국 유소년들이 얼마나 테니스를 사랑하는지 느껴져 즐거웠다”며 “앞으로 테니스를 하면서 마음이 아픈 순간도 있겠지만 그것도 스포츠의 묘미라고 생각하고 나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이날 페더러가 유소년 선수들과 팀을 이뤄 치른 2대2 복식 매치에선 관중석에 있던 이형택 오리온 테니스단 감독이 코트에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국내 선수 중 유일하게 페더러와 맞붙었던 선수로, 2007년 몬테카를로 마스터스 16강에서 0대2로 패했다. 두 선수의 18년 만의 재회에 관중석에서 박수가 쏟아졌고, 페더러와 이 감독도 게임을 마친 뒤 관중들의 함성에 포옹으로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