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글자는 어떻게 읽으면 되나요?”
한글날인 9일 오후 5시(현지 시각)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만난 제이디 멀린씨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광장에 세워진 트럭을 가리키며 말했다. 트럭에 달린 화면엔 ‘미래를 잇다 한글에 담다’라고 한글로 적혀 있었다. 쌀쌀한 날씨에도 트럭 앞에는 한글을 체험해 보려는 전 세계 관광객이 길게 늘어섰다.
이 트럭은 한글날을 기념해 설치미술가 강익중과 뉴욕 한국문화원이 공동 기획하고 삼성전자가 후원한 글로벌 공공미술 프로젝트다. 강익중은 지난해 5월 맨해튼에 개관한 문화원 새 청사에 한글이 담긴 타일 2만개를 모은 높이 22m짜리 ‘한글 벽’을 설치했다. 50여 국에서 7000여 명이 제출한 ‘나누고픈 한글 문구’ 응모작 중에서 선정한 문구를 담은 작품이었다.
한글 트럭은 이를 확대해 미국 대학을 순회하며 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한글로 표현해 주는 프로젝트다. 강익중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한글 타일로 장식된 트럭에는 세계 30여 종 언어를 인식할 수 있는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이 설치됐다. 여기에 각국 언어로 말을 하면 한글로 자동 변환되고, 한글로 변환된 메시지를 사진으로 인화하거나 트럭의 화면에 띄울 수 있다.
이날 한글 트럭이 당도한 타임스스퀘어는 1300㎞가 넘는 여정의 종착역이었다. 한글 트럭은 지난달 26일 매사추세츠주 하버드대를 시작으로 브라운대, 예일대, 펜실베이니아대, 프린스턴대, 코넬대 등을 거쳤다. 교정에 트럭을 설치하기 위해 필요한 학교의 허가는 각 대학의 한인 학생회에서 앞장서서 받아 줬다. 한 학교에서 1000~1500명씩 총 8000여 명이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이야기했다. 한글과 한국 IT의 우수성에 감탄하는 학생도 많았다. 예일대 학생 서맨사 문은 “한글은 음성을 정교하게 표현할 수 있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문자라고 느꼈다”고 했다.
한글 트럭은 다음 달 미국 서부로 진출한다. 원래 동부 대학에서만 운행할 계획이었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스탠퍼드대나 UC버클리 같은 서부 명문대에서도 “우리도 한글을 접해볼 수 있도록 서부에도 와 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강익중은 “한글 트럭은 이동하는 공공 예술”이라면서 “전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도시와 캠퍼스를 달리며 누구나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열린 예술을 실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