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부터 서울 지하철 안내 방송을 담당했던 성우 강희선씨가 암 투병으로 하차한다.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 말려’의 ‘짱구 엄마’로도 유명하다. 그의 자리는 AI가 대신한다. /조선일보 DB

“이번 역은 시청, 시청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서울 지하철 안내 방송의 목소리가 29년 만에 바뀐다. 1996년부터 안내 방송을 전담해 온 성우 강희선(65)씨가 건강 문제로 하차한다고 서울교통공사가 29일 밝혔다. 강씨의 빈자리는 인공지능(AI)이 대신한다.

강씨는 1979년 성우로 데뷔했다. 47년 차다. 영화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 영화 ‘귀여운 여인’의 줄리아 로버츠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10·20대 사이에선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의 ‘짱구 엄마’ 봉미선 목소리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2005년 KBS 성우연기대상, 2018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앞서 강씨는 2023년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2021년 대장암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강씨는 지난달 ‘짱구는 못말려’도 26년 만에 하차했다.

강씨는 그동안 지하철 안내 방송에 애정을 보였다. 2021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 마디를 녹음할 때도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친절과 감사의 마음을 담았다”며 “AI의 목소리가 편리하고 효용성이 있을지는 몰라도 따뜻한 감정을 담아 서로를 위로할 수 있는 건 오직 사람뿐”이라고 했다. 지난해 서울교통공사 유튜브에선 “(승객들이) 아침에 출근할 때 즐거운 하루가 되셨으면 좋겠다”며 “고객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지하철 안내 방송은 총 26가지로, 그동안 스튜디오에서 녹음해 틀었다.

공사는 AI 안내 방송을 도입하면 제작에 걸리는 시간이 2~3주에서 하루 이내로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공사 관계자는 “강씨가 암 판정을 받았다고 밝힌 후 교체를 검토해 왔다”며 “안정적인 안내 방송을 위해 새로 성우를 뽑지 않고 AI를 활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 지하철 1·3·4호선 일부 구간을 운영하는 코레일은 앞서 2018년 AI 안내 방송을 도입했다. 공사 관계자는 “AI에 성우 목소리를 최대한 학습시켜 이질감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