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호씨 제공 지난 20일 충남 당진에서 열린 ‘WNGP 보디빌딩 시합’에 나간 청각장애인 A(왼쪽)씨와 장영호 트레이너.

지난 20일 충남 당진에서 열린 보디빌딩 시합. A(37)씨는 출전자 3명 중 3위에 그쳤지만, 자신의 운동 파트너인 헬스 트레이너 장영호(32)씨와 “덕분에 꿈을 이뤘다”며 인사를 나눴다. 말이 아니라 수어(手語)를 통해서였다.

장씨가 수어를 배우기 시작한 것은 7개월 전. 지난 2월 헬스장을 찾은 A씨는 장씨에게 “웨이트 트레이닝을 배워 보디빌딩 대회에 나가는 게 꿈인데 청각장애인이라 귀가 안 들린다”고 했다. 실시간으로 의사소통이 이뤄져야 운동 효과가 극대화되는데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손님이 찾아온 것이다.

장씨는 “수업을 거절할까도 고민했지만 누구든 신체적 제약에 구애받지 않고 운동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결국 장씨는 직접 수어를 배우기로 했다.

장씨는 첫 수업 시간부터 “안녕하세요” “수고하셨습니다” 등 유튜브를 통해 익힌 수어로 인사를 건넸다. 이후 수업 때마다 장씨는 A씨에게 수어를, A씨는 장씨에게 운동을 배웠다.

세 달쯤 지나자 운동과 관련된 대화는 모두 수어를 통해 즉각 소통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 처음엔 한 동작을 배우는 데 일반 손님의 세 배 정도가 걸렸지만, 수어로 소통을 시작한 후에는 다른 이들과 같은 속도로 운동 진도가 나갔다고 한다.

결국 A씨는 장씨와 함께한 치열한 훈련 끝에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 장씨는 “우승은 못 했지만, 함께 합을 맞춰 달려온 7개월의 시간 자체가 큰 성과”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