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인천의 한 병원에서 만난 최정훈씨. 최씨는 이 병원에서 의사로 근무 중이다./남강호 기자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와 김일성이 주도한 재일교포 강제 북송은 반인도적 사기극입니다. 아직도 일본에서 북한의 대리인처럼 활동 중인 조총련 대신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으로 교포 사회를 통일하는 게 한반도 통일의 첫 단추죠.”

지난달 10일 오후 인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정훈(51)씨는 이렇게 말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1959~1984년 재일교포 9만3340명이 북한으로 강제 이송된 사건을 ‘북한 정권과 조총련에 의한 인권 유린 사건’으로 공식 규정한 지 지난달로 1년이 됐다. 최씨의 부모도 1960년대에 “북한은 지상낙원”이라는 조총련의 선동에 속아 일본에서 북한 청진으로 끌려간 ‘귀국자’다. 부친의 뒤를 이어 북한에서 신경과 의사로 근무했던 최씨는 지난 2011년 12월 모친, 아들과 함께 탈북했다. 일본 땅을 다시 밟지 못하고 2010년 2월 세상을 떠나며 ‘가능하면 무조건 북한을 떠나라. 나는 북한 땅에 묻히기 싫다’던 부친의 말이 결정적이었다.

귀국자의 아들로서 북한에서 겪었던 차별은 극심했다. 일본에서 강제 북송된 이들은 ‘자본주의에 물든 집단’ ‘북한의 숙적인 일본에서 온 이들’이라는 인식 때문에 당이나 정보기관 등 북한 요직에 진출이 제한된다고 한다. 최씨의 경우도 이런 진로를 선택할 수 없어 의대에 진학해 의사가 됐다. 게다가 최씨의 동생과 대학 동기가 각각 2006년과 2008년에 탈북하자 보위부가 최씨를 공범으로 여겨 매일 감시를 당하기도 했다.

탈북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고 주제가 조총련의 강제 북송으로 넘어가자 최씨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최씨는 “체제 선전을 위해 북송 사업을 추진한 북한 정권과 거짓으로 재일교포를 꼬드긴 조총련이 제일 나쁘다”며 “귀국자들과 북한의 지식인들도 북한의 대리인 격인 조총련 대신 민단 주축으로 재일 교포 사회가 통합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최씨는 “강제 북송을 방관한 일본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순 없다”면서도 “북한, 중국, 러시아가 국익에 따라 똘똘 뭉치고, 광복 80주년을 맞는 상황에서 아직도 반일(反日)을 외치는 건 백해무익하다”고 덧붙였다. 반일을 넘어 극일(克日)과 용일(用日)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취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