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신영오 연세대 생명시스템대학 명예교수./연합뉴스

고(故) 신영오 연세대 생명시스템대학 명예교수가 전 재산을 연세대에 기부하고 본인 시신을 의대 해부 실습용으로 기증한 사실이 3일 뒤늦게 알려졌다. 연세대는 “삶의 마지막까지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이 책임을 다하는 것)를 실천하셨다”고 이날 밝혔다.

연세대에 따르면 신 교수는 지난달 22일 85세로 별세했다. 그는 평생을 살아온 연세대 인근 염리동 집과 부지를 연세대와 대한성서공회에 신탁 기부했다. 처음 기부 의사를 밝혔던 2015년 70억원으로 추정되던 부동산은 현재 200억원대로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연세대는 이번 기부로 거처가 없어진 신 교수 부인에겐 교내 기숙사인 ‘에비슨하우스’를 평생 제공하기로 했다.

신 교수는 생전 부인과 함께 시신 기증 서약을 했다. 자녀들에겐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 때문에 지인들조차 부고장에 적힌 장지 ‘연세대학교’를 본 뒤에야 신 교수가 시신 기증을 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신 교수 시신은 연세대 의대 실습이 끝난 뒤 화장해 다른 가족들이 묻힌 경기 남양주시 영락교회공원묘원에 묻을 예정이다. 고인의 딸 신애선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의학을 연구하는 자녀들을 보며 아버지는 생전 본인 시신이 교육이나 연구에 사용되길 바라셨다”고 했다. 이어 “실향민이었던 아버지는 ‘친척도 땅도 모두 이북에 두고 왔다’며 재산이나 장지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으셨다”며 “자녀들에게도 ‘너희에게 물려줄 재산은 없다’고 평생 말씀하셨다”고 했다.

1939년생인 고인은 1961년 연세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매사추세츠 주립대와 미시간 주립대에서 토양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3년 귀국해 연세대 이과대학 조교수로 부임했다. 국내 토양 분류 체계를 새로 확립하고 30여 편의 학술 논문을 발표하는 등 토양학 발전에 공헌했다. 1975년부터 5년간 연세유업의 전신인 농업개발원 원장을 맡아 낙후된 국내 낙농 현장에 우유 보급의 기틀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