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나영(44)씨가 수만 분의 1 확률을 뚫고 혈액암 환자를 위해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그는 10년 전 우연히 등록해 둔 조혈모세포 기증자 데이터베이스에서 환자와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연락을 받고, 기증에 동의했다. 이 과정을 지난달 3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조혈모세포 기증 과정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한 방송인 김나영씨. /김나영 유튜브 채널

김씨는 추가 채혈 검사를 거쳐 95% 일치 판정을 받고 기증자로 최종 확정됐다. 기증 나흘 전부터 골수 속 조혈모세포를 혈액으로 끌어올리는 촉진제를 맞은 뒤, 2박 3일간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이식 대상자에게도 행운이지만 내게도 큰 행운”이라며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분을 이렇게까지 응원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느꼈고, 그 마음이 스스로를 행복하게 해줬다”고 했다.

조혈모세포는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 모든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어머니 세포’다. 혈액암 환자는 이 세포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아 이식 없이는 생명을 이어가기 어렵다. 하지만 환자와 기증자의 조직적합성 항원형(HLA형)이 일치할 확률은 극히 낮다. 부모와 자식은 5% 이내, 형제자매는 25% 이내, 타인 간에는 수천~수만 명 중 1명꼴이다.

김씨는 조혈모세포를 여의도성모병원에 기증했다. 이 병원의 김동윤 혈액내과 교수는 “조혈모세포를 공여해 주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의 생명의 은인이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이번에 이식받은 환자는 앞으로 김씨의 염색체와 혈액으로 평생을 살게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