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소영 비플랜트 대표는 “직원 두 명과 사업을 시작했는데 어느새 50명으로 늘었다”며 “이들이 제품을 직접 사용하면서 품평을 하는 게 경쟁력 중 하나”라고 했다. 모두 20~40대 여성이다. /김지호 기자

벤처캐피털(VC) 알토스벤처스는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이 된 쿠팡,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비바리퍼블리카(토스)의 초기 투자로 성공하면서 스타트업계에서 ‘가장 투자받고 싶은 VC’로 꼽힌다. 이 회사가 최근 ‘비플랜트’에 70억원을 단독으로 초기 투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에선 “비플랜트 창업자가 대체 누구냐”고 다퉈 물었다. 알토스벤처스 측은 “우리의 설득과 회유, 읍소 끝에 비플랜트가 투자를 받아줬다”고 했다.

비플랜트를 세운 이는 전 MBC 아나운서 김소영 대표다. 그는 퇴사 후, 2017년 오프라인 서점 ‘책발전소’를 시작으로 2020년 이커머스(온라인 상거래) 플랫폼 ‘브론테’, 지난해 ‘세렌’과 ‘커브드’까지 8년 만에 네 개 브랜드를 만들었다. 브론테는 생활용품, 화장품, 의류 등을 선별해서 판매하고, 세렌과 커브드는 각각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브랜드이다. 서울 성수동 비플랜트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책방을 운영하다가 코로나가 닥치면서 책과 함께 팔던 생활용품을 온라인에서도 판매한 게 시작이었다”며 “브론테의 경우, 매출이 매년 두 배씩 늘어나고 있고, 커브드는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브론테에서 판매하는 물건을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홍보하는 인플루언서 역할도 함께 하고 있다. 공중파 메인 뉴스까지 진행했던 ‘익숙한 얼굴’로 소비자를 모은 것은 아닐까. 그는 “30~40대 워킹맘들은 차은우를 좋아하지, 김소영을 좋아하진 않는다”고 웃으며 “설령 익숙한 얼굴 때문에 물건을 사더라도 성에 차지 않거나 필요가 없으면 다시 찾지 않는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80%에 달하는 재구매율이 매출 성장의 비결. “유명(有名)보다는 유용(有用)해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지론이다.

“저는 아무 물건이나 사고 싶진 않지만, 워킹맘이다 보니 어느 브랜드가 좋고, 어디가 싼지 찾아볼 시간이 없었어요. 제가 살 만한 물건을 딱 집어줄 ‘언니’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다들 그런 언니가 필요했던 거죠. 필요한 존재는 꼭, 다시 찾아가기 마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