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삼청동 오매갤러리에 걸린 자신의 작품 앞에 선 한기창 교수. 바탕으로 쓰인 금박지를 제외하고 풀과 꽃은 모두 X선 필름을 잘라 붙였다. /박성원 기자

화조화(花鳥畵) 속 유려하게 뻗은 잎사귀가 검푸르다. 가까이서 보면 누군가의 갈비뼈 같기도 하고, 손가락 같기도 하다. 사람의 X-선 필름을 잘라 붙인 부분이다.

한기창 작가의 개인전 ‘뢴트겐의 정원 25’가 서울 삼청동 오매갤러리에서 16일까지 열린다. ‘뢴트겐’은 우리가 X-선이라 부르는 의료 광선이다. 추계예술대학교 미술창작학부 교수인 한기창 작가는 ‘X선 아티스트’로도 알려져 있다.

한 작가는 1993년 교통사고를 당해 1년간 병원에 머물며 일곱 번의 큰 수술을 받았다. 왼쪽 반신 곳곳에 대형 철심을 박았다. 병원에 있을 때와 퇴원해서도 수도 없이 봤던 게 잘게 부서진 자신의 뼈를 찍은 X선 필름이었다. 그는 “아픔과 절망, 상처와 처절하게 싸워가면서 버티어가던 시기였다”며 “어느 순간 흑백 명암의 X선 필름이 수묵화처럼 보였다”고 했다. 재활이 끝난 뒤 그는 자신의 X선 필름부터 잘라 작품을 만들었다. 한 작가는 “지금까지 모은 X선 필름만 5평짜리 창고를 가득 채운다”며 “이번 전시는 X선 필름의 새로운 파트너로 자개를 활용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