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립운동사엔 하늘을 무대로 ‘독립 전쟁’을 준비했던 역사가 있다. 100여 년 전 임시정부와 재미 한인 사회 지원으로 임시정부 군무총장 노백린 장군 등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의 농촌 윌로스에 한국 공군의 시초로 불리는 ‘임시정부 비행학교’를 세웠다. 이곳에서 한국 최초 비행장교 박희성(1896~1937) 지사 등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비행기 조종간을 잡았다.
“도쿄로 날아가 쑥대밭을 만들자”며 독립을 꿈꿨던 비행학교 주역들의 후손 20여 명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국가보훈부와 공군의 초청으로 지난 12일 한국 땅을 밟았다. 12~13일 공군사관학교와 제1전투비행단을 견학한 박 지사의 조카손녀 임인자(69)씨는 14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공군의 위용을 보니 먼 나라 미국에서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한 선조들의 꿈이 이뤄진 것 같아 감격스럽다”고 했다.
박희성 지사는 이용근 지사와 함께 1921년 7월 임시정부에서 육군 비행병 참위(오늘날 소위)로 임명된 우리나라 최초의 비행장교다. 임씨는 지난 2019년부터 박 지사를 비롯한 중남미 한인 독립운동가들의 역사를 찾아 기록하고 있다. 임씨는 “독립운동 자료가 대부분 한국어로 작성돼 이민자 후손들은 접근하기가 어렵다”며 “후손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고 선조들의 역사를 기억하려면 내가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임씨는 작년 10월엔 박 지사를 비롯한 미주 독립운동가들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미국에서 비영리단체 ‘길’(KIL·Korean Independence Legacy)을 설립했다. 미국·멕시코·쿠바에 있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찾아 이야기를 듣고 기록으로 정리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멕시코 이민 120주년을 기념해 멕시코에 사는 독립유공자 후손 44명과 함께 방한했다. 현재는 윌로스 비행학교 출신 비행사 오임하 지사 유해를 미국에서 한국으로 봉환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임씨는 이날 박 지사와 함께 비행학교에서 훈련을 마쳤던 이초(1894~미상) 지사의 회고록을 공개했다. 이 지사는 도산 안창호가 창설한 흥사단에서 활동하다가 윌로스 비행학교에 합류해 교관직을 지냈다. 그는 회고록에서 ‘1919년 내지(한국)에 독립운동이 일어나니 속히 우리나라로 가서 독립운동에 참여하겠다는 목적으로 비행기를 배웠다’고 적었다. 그는 ‘(아쉽게도) 이 기회를 이용하지 못하였다’고도 했다. 임씨는 “머나먼 타국에서 조국 독립에 힘쓴 선조들을 세상에 알리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