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호텔 회의실에서 탈북민 출신 배우 강나라씨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영어로 본인의 탈북 과정에 대해 말하고 있다./박성원 기자

“북한에서는 꿈(dream)을 꾸는 게 의미가 없었지만 이젠 꿈을 꿀 자유가 있습니다. 내 꿈은 대중 연설가, 인권 운동가가 되는 겁니다. 전 세계에 북한에 대한 ‘진실’을 알리고 싶습니다.”

지난 18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중구의 한 호텔 회의실에서 본인의 이야기를 영어로 읽어 내려가는 탈북민 출신 인기 유튜버 강나라(28)씨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미국 등에서 온 해외 관광객들이 강씨의 연설을 받아 적었다. 이들은 10분간 이어진 강씨 연설이 끝나자 “북한 주민들은 정말로 정부에 세뇌를 당하나” “북한 사람들이 한국의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느냐”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씨는 지난 2014년 탈북했다. 청진예술대학을 다니며 ‘북한 걸그룹’ 은하수관현악단 단원을 꿈꿨다. 그러나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한국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몰래 본 이후 드라마 주인공처럼 치마 길이를 줄이고 앞머리를 일자로 잘랐다가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자아비판 무대에 서야 했다. 강씨는 “자신을 표현할 자유도 없는 북한 사회에 환멸을 느꼈다”며 “먼저 탈북한 어머니를 따라 수영도 못하는데 죽을힘을 써서 압록강을 건넜다”고 했다.

2021년부터는 전국 군부대와 대학교를 돌면서 표현의 자유가 없는 북한 내부 상황에 대해 강연하기 시작했다. 인권이 없는 북한 상황을 외국인에게도 알리고 싶어 작년 10월부터 탈북민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는 통일부 산하 비영리단체 ‘프리덤스피커즈인터내셔널’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다. 1년도 안 돼 본인의 탈북기와 북한의 현실을 담은 영어 대본을 읽을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이날 연설을 마친 강씨는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 언젠가 글로벌 강연 프로그램 테드(TED)에 나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내 목소리를 알리고 싶다”고 했다.

북한에서 성악을 전공한 강씨는 한국에 들어온 지 4년 후인 2018년 한 독립 영화로 데뷔했다. 이듬해에는 유튜브 ‘놀새나라TV’도 시작했다. 탈북민의 한국 적응기를 담은 강씨 유튜브는 북한 여군 화장법, 북한 과자 시식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구독자 수는 25일 기준으로 35만명이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