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소유한 스코틀랜드의 턴베리 골프 클럽에서 다시 디오픈(The Open Championship)을 개최하라고 요구했지만, 주관 단체인 R&A(Royal and Ancient)가 난색을 표했다. 디오픈은 1860년부터 시작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 메이저 대회로, 매년 영국 내 명문 링크스 코스(바닷가 지형을 살린 코스)에서 열린다.
마크 다본 R&A 최고경영자(CEO)는 디오픈 개막을 하루 앞둔 17일 기자회견에서 “몇 달 전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에릭을 비롯해 트럼프 골프 조직 인사들과 턴베리 디오픈 복귀 문제를 논의했다”며 “교통과 숙박 등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회 유치는 어렵다”고 말했다.
턴베리는 원래 R&A가 디오픈을 순환 개최하는 ‘오픈 로타(rota)’에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2009년 대회를 마지막으로 이곳에서 디오픈이 열린 적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4년 이 골프장을 샀고, 이듬해 대통령에 처음 당선된 후 이민자와 소수자 차별 발언을 쏟아냈다. “대회 초점이 골프가 아니라 정치 논란으로 흐를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개최지로 선택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뒤, 외교 경로 등을 통해 R&A에 턴베리 복귀에 대한 압력을 넣었다. 이날 다본 CEO는 정치적 이유로 턴베리를 제외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대회를 치르려면 최소 수십만 명의 관람객을 수용할 체계가 필요한데, 턴베리는 도로, 철도, 숙박 등이 부족하다”고 했다. 지난해 디오픈을 개최한 스코틀랜드 로열 트룬 골프 클럽에는 약 25만명의 관중이 다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