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당구 여제’가 1년 5개월 만에 다시 국내 무대 우승컵을 들었다. 스롱 피아비(35)는 지난 6일 2025-2026시즌 프로당구협회(PBA) LPBA 2차 투어 결승에서 김보라를 세트 점수 4대1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그가 여자 프로 당구 LPBA 우승을 맛본 건 511일 만이다. 이번 대회 4강에선 ‘최강자’ 김가영을 꺾는 저력도 보여줬다.
스롱은 2017년 국내 무대 데뷔 후 각종 대회를 제패하며 국내 랭킹 1위에 등극했고, 2021년 LPBA로 무대를 옮긴 뒤에도 통산 8번 정상에 오른 최고 당구 선수 중 한 명이다. 캄보디아 출생으로 2010년 한국에 온 뒤 한국인 남편이 재미 삼아 가르쳐준 당구에서 재능을 발견하고 선수로 발돋움한 건 유명한 이야기다.
당구가 인생을 바꿔줬지만, 스롱은 최근 당구가 싫어져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는 7일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해 당구가 조금 안 맞았다. ‘이렇게 쳐야 한다’고 주변에서 한마디씩 보태니까 내 당구를 잃어버린 느낌이었다”며 “남편 사업도 어려워지면서 혼자 정신과에도 갈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일주일 동안 캄보디아 집에 가서 마음을 다스렸는데 “그냥 당구를 즐기는 게 답”이란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이런 나름의 ‘멘털 수련’ 기간을 거치고 나니 “당구에 재미를 되찾았고 성적도 자연스레 좋아졌다”고 했다.
캄보디아에서 스롱은 스포츠 스타다. 고향에 대한 책임감이 점점 커진다고 한다. “한국에 있으니 캄보디아 국민들이 더 생각나는 것 같다”고 했다. 직접 재단을 만들어 캄보디아에 기부도 하고 봉사 활동도 다닌다. “캄보디아에 근사한 당구 학교를 만드는 게 제 목표예요. 요즘은 유튜브도 활용할 수 있으니 집집마다 당구대를 기부하는 것도 생각 중이에요. 똑똑한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당구가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