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2024년) 전에도 우리 문학은 실력이 충분했습니다. 우리 역량을 세계에 더 알려야 합니다.”
지난 2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총장공관에서 만난 박은관(70) 시몬느 회장은 “한국 작가들이 그간 (실력만큼)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지 못한 건 번역과 홍보 부족 때문”이라며 “한국 문학을 더 널리 알리는 데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세계 1위 핸드백 ODM(연구·개발·생산) 기업을 경영하는 박 회장은 이날 열린 세 번째 ‘연세-박은관 문학상 시상식’에서 경영인이 아닌 문학인으로서 참석했다. 올해 수상한 소설가 이소정 작가(‘우리들의 농경사회’)에겐 해외 출간과 번역 지원금을 포함해 1억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상금 규모로는 국내 문학상 최대로 이상문학상(대상 5000만원)의 두 배다.
박은관 회장은 명품 핸드백 생산 시장에서 아시아 최초로 단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에서 직접 디자인한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바꿔 시몬느를 1위 글로벌 회사로 성장시켰다. 지금은 토리버치·마크제이콥스 등 전 세계 럭셔리 브랜드 핸드백의 10%를 생산한다.
연세대 독어독문과를 졸업한 박 회장은 사업을 하면서도 30년 넘게 한·독 번역 연구소를 후원하면서 ‘시몬느 번역상’을 제정했다. 독어독문과 후배들을 위한 ‘박은관 장학금’도 제정했고, 윤동주 기념관을 만드는 데도 건립 기금을 후원했다. 박 회장이 지금까지 인문학 지원 명목으로 연대에 기부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다. 박 회장은 “정신없다가도 문학 작품을 보면 잊었던 삶의 방향을 다시 성찰하게 된다”며 “작가들이 금전적 압박 없이 창작에만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