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증 없이는 취업 비자를 못 받는 걸 뒤늦게 알고 좌절하는 다문화 청소년이 정말 많습니다. 제2의 고국이라고 생각하고 한국에서 열심히 일할 거예요.”
4살 때 부모님과 함께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온 이두안(21·필리핀명 레 투안 페레)씨는 오는 8월 경기 안산시의 공장용 컴퓨터 생산 공장에 프로그래머로 입사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에서 초중고 및 기술 대학을 졸업해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을 통해 전국 최초로 국내성장인력(E-7-Y) 비자를 받았다. 법무부는 지난 4월부터 국내에서 성장한 외국인 청소년이 고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을 때는 비자를 주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외국인 인재들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취지다. 이씨는 “돈을 빨리 모아 한국으로 귀화한 뒤, 언젠가는 4년제 대학도 가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빨리 취직하고 싶었던 이씨는 특성화고에 진학했다. 그런데 대학 졸업장 없이는 취업 비자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이 때문에 급하게 전문대에 입학했다. 이씨 주변에도 회사 면접까지 합격해 놓고 대학 졸업장이 없어 취업 비자를 못 받은 친구들이 많다. 이씨는 “작년 대학 졸업반 시절 특정활동취업비자를 신청했는데 계속 비자가 나오지 않아 애태우고 있었다”며 “그나마도 전공에 따라 취업 직종이 제한되는 비자였다”고 했다.
그동안은 국내에서 성장한 다문화 청소년은 취업 자격을 취득하려면 학사 학위 또는 5년 이상의 경력이 필요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씨 외에도 비자 심사 두 건이 더 진행 중”이라며 “한국 산업 현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문화 청소년들에겐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비자 발급을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