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명시 충현중학교 1학년 장원준 군이 지난 9일 수동으로 촬영한 안동호 인공 모래섬에서 번식 중인 쇠제비갈매기. /장원준 군 제공.

경기도 광명시 충현중학교 1학년 장원준(14) 군은 지난 9일 경북 안동호(湖)를 찾았다. 안동댐에서 배로 20분 거리에 있는 철새 탐조투어 섬을 방문해 번식 중인 바닷새 쇠제비갈매기를 촬영하는 게 목적이었다.

장 군이 안동호를 방문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해 6월 초등학교 6학년 때에도 안동호를 방문한 그는 자신의 망원카메라로 호수 주변 각종 새들을 촬영했다. 당시 수동 카메라로 촬영한 장 군의 사진은 안동시에 기증됐다. 안동시청 직원들은 “역동적이고 생생한 모습을 순간적으로 잘 포착한 작품”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안동시는 장 군의 사진을 시청 입구에 한 달간 전시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장원준 군이 안동호 탐조섬 인근에 설치한 인공 새집. 박새, 곤줄박이, 딱새 등 주로 텃새들에게 이용된다. /권광순 기자

장 군이 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4학년 때다. 당시 그의 어머니가 시청하던 새 관련 영상을 어깨 너머로 본 후 새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의 공부방 한켠에는 각종 조류 도감과 새 관련 책만 23가지나 꽂혀있다. ‘새와 사람’, ‘조류세계에서 살아남기’, ‘우리 새 100가지’, ‘밤의 제왕 수리부엉이’, ‘참매 순간을 날다’, ‘새들의 천재성, ’새를 기다리는 사람’, ‘야생생물학자 이야기’, ‘새의 언어’ 등이다.

지난 10일 장원준 군이 안동호 탐조섬 인근에서 촬영한 여름철새인 알락할미새 유조. /장원준 군 제공.

3년 전부터 새를 촬영하기 시작한 장 군은 최고의 조류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다. 국내 일류 대학 생물학과에 입학하기 위한 공부도 열심히 한다고. 어머니 유정윤(43)씨는 “아들이 집 주변에 새집을 설치하고 관찰하는 등 새에 대한 관심이 너무나 많아 초급용 300mm 망원 카메라를 구입해 줬다”고 말했다.

장 군의 새 사랑은 몸소 실천에서 배어 나온다. 그는 안동호 탐조섬에 도착하자마자 새집부터 달았다. 새집에는 설치 날짜와 장 군의 이름도 새겼다. 장 군은 “제가 설치한 새집은 박새, 곤줄박이, 딱새 등 주로 텃새의 보금자리가 된다”며 “쇠제비갈매기 탐조섬에 입장객들을 상대로 새집 기부 운동을 실천하면 앞으로 새 천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메라 앵글에 각종 새들을 담는데 하루 종일 신바람 났던 장 군. 아예 탐조섬에서 밤을 세운 그의 촬영은 이틀째 이어졌다.

지난 10일 안동호 인공 모래섬 인근 상공에서 물고기를 잡기 위해 정지비행 중인 쇠제비갈매기. /장원준 군 제공.

“저 새 소리는 직박구리에요. 새들을 보거나 소리를 들으면 자연의 생동감이 절로 느껴집니다.”

동이 틀 무렵, 그의 단잠은 깨운 건 새들이었다. 새 소리만으로 이름까지 척척 맞추는 장 군. 이틀 동안 그는 쇠제비갈매기를 비롯해 제비갈매기, 꼬마물떼새, 박새, 어치, 알락할미새, 방울새, 딱다구리, 쏙독새 등 텃새와 철새 수십 종을 관찰했고 일부는 카메라에 담았다.

앞으로 장 군의 목표는 600mm 이상 망원렌즈가 달린 중급 카메라를 구입하는 것이다. 수천만원 호가하는 이 장비를 마련하기 위해선 부모님이 주신 용돈도 꼬박꼬박 모으고 있다고 한다.

장 군은 “안동호 쇠제비갈매기와 각종 새들이 사람들과 공생한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었다”며 “내년에는 새를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안동호수에 다시 오겠다”고 했다.

안동호 인공 모래섬에서 번식 중인 바닷새 쇠제비갈매기. /장원준 군 제공.

한편 안동시와 환경부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쇠제비갈매기 관광자원화를 위해 2023년 탐조대, 생태 탐방로 등 인프라 시설을 완공했다. 서식지와 300m 떨어진 섬에 설치한 탐조대에는 고배율 관찰 망원경과 생태해설판 등을 설치하고 꽃과 나무도 심었다.

주로 바닷가 모래밭에 서식하는 쇠제비갈매기는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날아와, 3~7월 사이 한국과 일본 등지에 번식하는 여름철새다. 2013년 안동호에 처음 모습을 나타냈다. 하지만 2019년부터 댐 수위가 상승해 기존 서식지가 물에 잠기자 안동시와 환경부는 2020년과 2021년 2개의 영구적 인공 모래섬을 설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