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명시 충현중학교 1학년 장원준(14) 군은 지난 9일 경북 안동호(湖)를 찾았다. 안동댐에서 배로 20분 거리에 있는 철새 탐조투어 섬을 방문해 번식 중인 바닷새 쇠제비갈매기를 촬영하는 게 목적이었다.
장 군이 안동호를 방문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해 6월 초등학교 6학년 때에도 안동호를 방문한 그는 자신의 망원카메라로 호수 주변 각종 새들을 촬영했다. 당시 수동 카메라로 촬영한 장 군의 사진은 안동시에 기증됐다. 안동시청 직원들은 “역동적이고 생생한 모습을 순간적으로 잘 포착한 작품”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안동시는 장 군의 사진을 시청 입구에 한 달간 전시하기도 했다.
장 군이 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4학년 때다. 당시 그의 어머니가 시청하던 새 관련 영상을 어깨 너머로 본 후 새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의 공부방 한켠에는 각종 조류 도감과 새 관련 책만 23가지나 꽂혀있다. ‘새와 사람’, ‘조류세계에서 살아남기’, ‘우리 새 100가지’, ‘밤의 제왕 수리부엉이’, ‘참매 순간을 날다’, ‘새들의 천재성, ’새를 기다리는 사람’, ‘야생생물학자 이야기’, ‘새의 언어’ 등이다.
3년 전부터 새를 촬영하기 시작한 장 군은 최고의 조류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다. 국내 일류 대학 생물학과에 입학하기 위한 공부도 열심히 한다고. 어머니 유정윤(43)씨는 “아들이 집 주변에 새집을 설치하고 관찰하는 등 새에 대한 관심이 너무나 많아 초급용 300mm 망원 카메라를 구입해 줬다”고 말했다.
장 군의 새 사랑은 몸소 실천에서 배어 나온다. 그는 안동호 탐조섬에 도착하자마자 새집부터 달았다. 새집에는 설치 날짜와 장 군의 이름도 새겼다. 장 군은 “제가 설치한 새집은 박새, 곤줄박이, 딱새 등 주로 텃새의 보금자리가 된다”며 “쇠제비갈매기 탐조섬에 입장객들을 상대로 새집 기부 운동을 실천하면 앞으로 새 천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메라 앵글에 각종 새들을 담는데 하루 종일 신바람 났던 장 군. 아예 탐조섬에서 밤을 세운 그의 촬영은 이틀째 이어졌다.
“저 새 소리는 직박구리에요. 새들을 보거나 소리를 들으면 자연의 생동감이 절로 느껴집니다.”
동이 틀 무렵, 그의 단잠은 깨운 건 새들이었다. 새 소리만으로 이름까지 척척 맞추는 장 군. 이틀 동안 그는 쇠제비갈매기를 비롯해 제비갈매기, 꼬마물떼새, 박새, 어치, 알락할미새, 방울새, 딱다구리, 쏙독새 등 텃새와 철새 수십 종을 관찰했고 일부는 카메라에 담았다.
앞으로 장 군의 목표는 600mm 이상 망원렌즈가 달린 중급 카메라를 구입하는 것이다. 수천만원 호가하는 이 장비를 마련하기 위해선 부모님이 주신 용돈도 꼬박꼬박 모으고 있다고 한다.
장 군은 “안동호 쇠제비갈매기와 각종 새들이 사람들과 공생한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었다”며 “내년에는 새를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안동호수에 다시 오겠다”고 했다.
한편 안동시와 환경부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쇠제비갈매기 관광자원화를 위해 2023년 탐조대, 생태 탐방로 등 인프라 시설을 완공했다. 서식지와 300m 떨어진 섬에 설치한 탐조대에는 고배율 관찰 망원경과 생태해설판 등을 설치하고 꽃과 나무도 심었다.
주로 바닷가 모래밭에 서식하는 쇠제비갈매기는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날아와, 3~7월 사이 한국과 일본 등지에 번식하는 여름철새다. 2013년 안동호에 처음 모습을 나타냈다. 하지만 2019년부터 댐 수위가 상승해 기존 서식지가 물에 잠기자 안동시와 환경부는 2020년과 2021년 2개의 영구적 인공 모래섬을 설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