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아트 창시자 백남준의 국내 첫 전시를 열었던 정기용(93) 전 원화랑 대표가 23일 별세했다. 김종영, 임충섭, 존배 등 좋은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는 안목으로 미술계에서 정평 난 화상이자 소장가다.
고인은 서울대 불문과 재학 시절부터 미술품을 수집해 1978년 서울 인사동에 원화랑을 개관했다. 1960년대에 일찍이 박수근, 이중섭 등의 작품을 수집했고, 해외에서 활동하던 백남준을 눈여겨보고 1984년 그의 첫 국내전을 열었다. 독일 개념미술을 눈여겨보고 거장 요제프 보이스의 국내 첫 전시 등 해외 작가도 적극 소개했다.
고인은 생전에 “일본의 현 단위 미술관에도 있는 명품들이 우리나라에 한 점도 없다는 게 내가 무리해서 비싼 작품을 사 모으게 된 이유”라고 했다. 소장한 김종영·백남준 등의 작품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빈소 서울성모병원, 발인은 26일 오전 8시 40분. (02)2258-5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