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 하루 전인 25일 국가대표 출신 이천수는 "축구협회 회장이 바뀔 거라는 착각은 안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유튜브 '리춘수'

정몽규(63) HDC그룹 회장이 대한축구협회 회장 4연임에 성공하자, 이를 예언한 국가대표 출신 이천수의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제55대 축구협회 회장 선거 하루 전인 지난 25일 이천수의 유튜브 채널 ‘리춘수’에는 ‘이천수가 예언하는 축구협회장 선거’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이천수는 “스포츠를 사랑하고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더 큰 판인 대한체육회 회장이 바뀌었기 때문에 ‘축구협회도 바뀌는 것 아니야?’라고 하지만, 내가 봤을 때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는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이 3선을 노리던 이기흥 회장을 제치고 당선됐다.

이천수는 그 근거로 한국축구지도자협회가 정 회장 지지 선언을 한 사례를 꼽았다. 지도자협회는 작년 9월 정 회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으나, 4개월 뒤인 올해 1월 “정 회장을 적극 지지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천수는 “지도자협회가 ‘다른 후보들과 비교했을 때 기존이 낫다’고 하는 건 이 선거는 게임이 안 된다는 것”이라며 “허정무, 신문선 후보를 지지해도 정 회장이 이기는 선거이기 때문에 우리는 지는 판에는 베팅 안 하겠다. 이기는 판에 베팅해서 우리에게 이익을 만들겠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이천수는 또 이번 선거에서 누군가를 지지한다며 앞장서는 축구인은 없을 거라고 봤다. 그는 “나서면 타격이 생긴다”며 “정 회장을 지지하면 팬들에게 욕을 엄청 먹는다. 허정무 후보를 지지하면 정 회장이 기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솔직히 이것 때문에 그런 거다. 다른 축구인들 다 똑같을 것”이라며 “누구를 지지하지는 않아도 ‘가만히 있는 게 나중에 그래도 뭐라도 있지 않을까?’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체육회 회장이 신선한 사람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축구협회 회장이 바뀔 거라는 착각은 안 하는 게 맞다”고 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회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55대 축구협회 회장선거에서 4연임에 성공한 뒤 설동철 협회 노조위원장에게 축하 꽃다발을 받으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정 회장은 26일 치러진 제55대 축구협회 회장 선거에서 유효 투표 182표 중 156표(85.7%)를 얻어 당선됐다. 정 회장은 2029년까지 축구협회를 4년 더 이끌게 됐다.

앞서 정 회장은 축구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과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관련 보조금 문제 등으로 지난해 국회 현안 질의와 국정감사에 불려나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작년 11월 정 회장에 대해 자격 정지 이상 중징계를 요구했다.

정 회장은 당선 후 기자회견에서 “득표율 절반에서 1표만 더 받자는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렸는데, 놀랍게도 이렇게 많은 분이 지지해주셨다”며 “이번에 높은 투표율을 보듯 많은 축구인이 참여한 축제였기 때문에 더욱 당선이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와 관계는 어떻게 방향을 설정할지 다시 설명 드리겠다”며 “축구 팬들에게도 우리의 의사 결정 과정을 잘 설명하면 하나하나 오해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