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제79회 학위수여식'에서 영어교육과 19학번 장세원씨가 졸업생 대표인사를 하고 있다./뉴스1

“대학에 와서 처음으로 세상에 던진 의문은 ‘왜 그렇게도 세상은 불공평한가?’였습니다. 누구나 쉽게 하는 일들이 제게는 쉽지 않은 일들이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혹하게만 느껴지는 현실이 누군가에게는 행복일 수 있음을, 어쩌면 저보다 훨씬 불공평한 세상에서 사는 이들이 있으리라는 것을 말입니다. 이에 세상을 원망하기보다 바꿔나가자고 다짐했습니다.”

26일 서울대 제79회 전기 학위 수여식에서 영어교육과 장세원씨는 이렇게 말했다. 장씨는 지체 장애로 휠체어를 타면서도 재학 기간 총 350시간의 사회 공헌 활동을 한 점을 인정받아 졸업 연설자로 선정됐다.

이날 장씨는 “다양한 경험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늘 한정적인 선택지가 주어졌다”며 “꿈꾸던 자유는 꿈꿨던 만큼의 억압으로 돌아왔고,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으로 장애를 탓하며 한동안 열등감에 스스로를 가둔 나날들을 보냈다”고 했다. 그러던 중 장씨는 “불공평한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라고 생각했고, 세상을 바꿔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장씨는 대학 시절 내내 청소년 대상의 멘토링, 외국인 유학생 대상의 한국어 교실 등 교육 관련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그는 “내가 한 일들은 아주 작은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세상을 바꾸는 일은 그렇게 거창한 일이 아닐지 모른다”며 “작은 경사로 하나로 내가 식당에 들어가서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처럼 따뜻한 시선 하나가 누군가의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꿔나갈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학우들에게 장씨는 “어떤 좌절의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몇 번이고 다시 일어서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면서 “나 역시 청소년들이 꿈과 희망을 품고 바른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더 나은 교육을 향해 힘차게 걸어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오는 3월부터 영어 교사로 일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