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 일반대학원 특수교육학과 언어청각장애아교육 전공 유장군(오른쪽)학생과 초등특수교육과의 최성규 교수./대구대

지체장애와 뇌병변 장애를 가진 대학원생이 9년간 공부한 끝에 박사 학위를 따냈다. 그를 가르친 스승도 제자와 함께 졸업식을 치른 후 퇴임한다.

미국의 작가이자 교육자이면서 시각, 청각 장애인인 헬렌 켈러와 그의 스승인 설리번을 떠올리게 하는 이 사제(師弟)는 대구대 일반대학원 특수교육학과 언어청각장애아교육 전공의 유장군(27)씨와 이 대학 초등특수교육과 최성규(65) 교수다.

유씨는 오는 21일 열릴 대학원 학위 수여식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포함해 우수 연구상과 총동창회장상을 받는다. 최 교수도 제자의 졸업식 날 퇴임한다.

이들이 처음 인연이 닿은 시기는 유씨가 대구대에 입학한 2016년. 중증 장애를 가진 유씨는 가족도 없이 정부 지원금으로 생활하는 고학생(苦學生)이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학업을 이어나가는 유씨를 지켜본 최 교수는 대학 기간 내내 유씨를 지도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유씨가 대학 4학년이 되자 최 교수는 제자의 미래를 위해 교원 임용 시험 준비를 권했다. 유씨가 교사로 취업한 뒤 안정적인 경제적 기반을 갖추길 바랐기 때문이다. 반면 유씨는 대학원 진학을 원했다. 평소 관심을 가졌던 장애아 교육을 중단 없이 이어나가고 싶어서였다. 이 때문에 두 사제 간에 몇 번이고 의견 충돌이 있었다고 한다.

9년간 동고동락한 두 사람은 서로의 관계를 '콜라병 뚜껑 따주는 사이'라고 표현한다. 콜라를 좋아하지만 혼자 콜라병 뚜껑을 따기 힘들어하는 유장군 학생을 위해 최 교수가 뚜껑을 대신 따준 적이 많아서다./대구대

그러나 열정과는 달리 대학원 입학금을 당장 마련할 데가 없어 학업 중단을 고민했던 유씨를 도운 사람도 스승인 최 교수였다. 최 교수는 입학금 300만원을 유씨에게 지원했고, 덕분에 유씨는 무사히 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최 교수는 “나 역시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 공부했기에 장군이 사정이 남 일 같지 않았다”고 했다. 최 교수가 재직 중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기부한 금액은 7600만원에 달한다.

유씨가 박사과정 재학 기간 중 단독 또는 제1 저자로 게재한 논문은 7편에 달한다. 이 중 2편은 국제 학술지이자 세계 최대 논문 데이터베이스인 스코퍼스(SCOPUS)에도 게재됐다. 유씨가 쓴 논문은 ‘지체장애학교 교사의 교수학습 방법’ ‘장애인 교원의 교직 입문에 관한 질적 연구’ 등 교육 분야에서 장애인의 활동과 역할을 주제로 삼은 연구들이었다. 스승인 최 교수와도 장애인 교원에 대한 논문을 공동 집필해 학술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오는 21일 9년간의 인연을 뒤로하고 제자 유씨는 졸업식을, 스승 최 교수는 퇴임식을 갖는다. 졸업 후 유씨는 교원 임용 시험을 준비할 계획이다. 유씨는 “최 교수님 조언대로 교원에 임용돼 경제적으로 자립한 후 미국 유학을 다녀올 것”이라며 “장래엔 교수님 같은 교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퇴임 후 최 교수는 강단을 떠나 청각장애인의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실천가로 활동할 예정이다. 최 교수는 “장군이는 비장애인 학생들과의 경쟁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뒀고 누구보다 배움에 진지했다”며 “장래 반드시 좋은 학자요 교수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