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다이빙 간판 우하람(26‧국민체육진흥공단)은 부상 후유증을 안고 세 번째 올림픽에 참가했다. 그는 지난 도쿄대회 이후 고질적인 허리 통증을 겪었다. 이 여파로 2022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을 건너뛰었고 2023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에서는 예선 탈락했다.
1년간의 재활 끝에 지난 2월 도하 세계선수권 8위를 차지하며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한동안 슬럼프에 시달렸던 그는 허리와 양쪽 손목에 붕대를 감고 다이빙대에 올랐다. 오른쪽 손목 붕대에는 ‘그냥 하자’라는 문구가 손글씨로 적혀있었다. 왼쪽 손목의 붕대에는 태극기가 붙어있었다.
이 네 글자가 네티즌들의 눈길을 끌었다. 우하람의 마음가짐이 공감이 된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저런 마인드가 살아가면서 참 도움이 많이 된다” “운동할 때 제일 큰 명언이라고 생각한다” “어렵게 생각하면 꼬일뿐이다. 실전에선 그냥 하는 게 맞다” “저 문구를 보고 위로받았다” “공부든 운동이든 동기부여의 핵심은 결국 ‘그냥 하자’로 귀결된다” 등의 반응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한국 ‘피겨 여왕’ 김연아가 떠오른다는 댓글도 있었다. 과거 김연아는 연습 도중 ‘스트레칭하면서 무슨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라고 말한 바 있다.
우하람은 이번 파리 대회에서는 주종목인 3m 스프링보드에만 집중했지만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그는 지난 8일 프랑스 파리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다이빙 남자 3m 결승에서 1∼6차 시기 합계 374.15점을 얻으며 12명 중 11위에 머물렀다.
그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나란히 4위에 오른) 2019 광주 세계선수권과 2020 도쿄 올림픽 때까지만 해도 손만 뻗으면 메달을 딸 수 있다고 느꼈는데, 이번 파리 대회에서는 성적이 저조해 아쉬움이 크다”며 “3차 시기에서 실수로 부진한 점수(45.60점)를 얻은 것이 너무 아쉽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그는 또한 “부상 때문에 과정에 부족함이 있을 수 있지만, 부상 때문에 경기를 잘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경기하면서 허리 부위에 통증을 느끼진 않았다. 또 나뿐만 아니라 다들 크고 작은 통증을 참으면서 훈련하고 경기한다”고 했다.
그는 “내가 목표한 것은 결선 진출이 아니었다. 순위도 11위로 낮고, 메달권과도 거리가 멀었다. 이런 성적으로는 전혀 배가 부르지 않다”고 했다. 이어 “이번 대회의 실패를 귀중한 경험으로 삼아 더 크게 도전할 것이다. 내가 무엇이 부족하고 보완해야 할지를 배웠다. 기술, 신체 등 모든 부분에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며 다음 대회를 기약했다.
1998년생인 우하람은 한국 남자 다이빙이 낳은 ‘역대 최고 선수’로 평가받는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남자 10m 플랫폼에서 한국 다이빙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결승에 진출했다. 2021년에 열린 도쿄 올림픽 남자 3m 스프링보드에서는 역대 최고 성적인 4위를 차지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선 셰쓰이(중국)가 543.60점으로 금메달을 획득하며 이 종목 2연패를 달성했다. 중국 왕쭝위안(530.20점)은 은메달을 따냈으며, 멕시코 오스마르 올베라(500.40점)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