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 시각)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타히티 섬의 테아후푸에서 열린 파리 2024 올림픽 남자 서핑 3라운드 경기에서 브라질의 가브리엘 메디나가 고난도 기술을 성공시킨 후 '공중부양'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AFP 연합뉴스

파도와 하늘 사이에 붕 떠있는 남자. 발목에 묶인 서핑보드가 그와 나란히 공중에 떠있다. 베테랑 서핑 선수와 사진 기자가 함께 만들어낸 초현실적 장면이다. 29일(현지 시각)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섬 타히티 테아후푸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서핑 예선 3라운드 경기에서 브라질 가브리엘 메디나(30·브라질)는 고난도 기술에 성공, 역대 올림픽 서핑 파도타기 점수 중 최고점인 9.90을 기록했다. 그는 기술을 성공한 직후 파도 위에서 점수를 확인하고는 공중에 몸을 띄워 검지 손가락을 하늘을 향해 치켜드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그러자 이 장면을 놓치지 않고 프랑스 매체 AFP 사진기자 제롬 브루예(39)가 포착했다.

10년 경력 스포츠 사진기자인 그는 당시 경기 사진을 찍기 위해 다른 기자들과 함께 작은 보트를 타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모든 사진기자들이 메디나의 세리머니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그는 때때로 곡예적인 몸짓을 하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해서 바로 셔터를 눌렀다”고 했다. 그는 사진을 찍는 순간 ‘뭔가 특별한 것을 포착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사실이었다. 전 세계 언론들이 이날 경기를 보도하면서 브루예의 사진을 사용했고, 소셜미디어에서도 수백만 번 공유되며 화제를 낳았다. 타임(TIME)지는 “2024 파리 올림픽 환희를 상징하는 이미지”라고 평했다. 브루예는 사진이 이 정도로 관심을 받을 줄은 몰랐다면서 “메디나 선수와 보드가 일자로 정렬된 모습에 포토샵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는데, 그건 아니고 그냥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라고 했다.

브루예는 10년 전 타히티에서 휴가차 왔다가 이 지역에 매료돼 실제로 거주한 경험이 있다. 이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거친 파도’로 유명한 테아후푸 환경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취미로 서핑을 즐기는 점도 해당 종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브루예는 “테아후푸 친구 집에 머무르면서 올림픽을 취재하고 있다”며 “아직 촬영할 경기가 많다. 축하에 대한 감사는 미뤄둘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