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패럴림픽 사격 국가대표인 서훈태 선수가 11일 경기 이천 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에서 훈련을 하는 모습. /장윤 기자

“나라 지키다 다친 몸으로 다시 국가대표로 뛰게 됐다는 사실이 신기하죠.”

오는 8월 열리는 2024 파리 하계 패럴림픽 사격 종목 국가대표인 서훈태(38) 선수는 육군 하사 출신 국가유공자다. 9공수특전여단에서 복무하던 서 선수는 2008년 8월 해상 훈련 중 보트에서 떨어져 5번과 6번 경추를 다쳤다. 사고 2개월 후 사지마비(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그는 “딱 일주일만 괴로워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병원에 저와 비슷한 처지의 또래 청년이 많았어요. ‘좌절하는 대신 재활에 집중하자’며 서로를 격려했죠.”

서 선수는 2010년 신촌세브란스병원을 나와 대전보훈병원으로 옮기면서 재활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병원 체육관에서 유공자 출신 휠체어 탁구 선수들의 모습을 본 그는 “나처럼 몸 다친 사람도 운동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기뻤다. 군인 선배들은 서 선수의 마비된 손가락에 붕대로 탁구채를 감아주고 연습을 시켰다. 팔꿈치에 사라졌던 감각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휠체어 탁구·럭비 등 다양한 종목에 도전하던 그는 2020년 사격을 시작했다. 서 선수는 “처음 사격을 하던 날, 과녁에만 집중하다 보니 시간이 순식간에 흘렀다”고 했다. 마비 때문에 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길 수 없기에 팔꿈치를 움직여 격발한다. 군대에서도 사격 훈련을 했지만 그때와는 차원이 다른 집중력을 기울여야 일발(一發)할 수 있다. “사격용 귀마개를 쓰지 않아도 주변 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세상에 나와 과녁만 있죠.”

출전을 앞둔 서 선수는 “메달 욕심이 나긴 하지만 점수에 집착하면 결과가 좋지 않다”며 “평상시처럼만 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난생처음 프랑스 파리로 떠나는 것이 설레기도 한다는 그는 “관광객이 아니라 국가대표 자격으로 경기를 치르러 가는 것이기에 여행 계획은 세우지도 않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