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눈도 좋지 않고, 손으로 필기하기도 어려운 중증 장애인입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제 모습이 누군가에겐 희망이 되더라고요. 남들에게 감동을 주는 ‘멘털 코치’가 되고 싶어 매일 공부했습니다.”
올해 덕성여대에 입학한 문채원(19)씨의 꿈은 사람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는 ‘멘털 코치’다. 뇌성마비 장애를 갖고 태어난 그는 밖에 나갈 땐 휠체어를 타야 하고, 사시와 난시가 있어 책도 읽기 힘든 중증 장애인이다. 수업 내용을 필기하려면 항상 친구들 도움을 받아야 한다.
때때로 물체가 보이지 않는 탓에 수업을 따라가려면 남들보다 2~3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학원에 가거나 과외도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초등학교부터 고3까지 모든 공부를 학교 수업과 EBS 강의로만 했다. 그는 특수학교를 다닌 적이 없다. 집에 오면 EBS 강의로 학교에서 다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다시 들었다. 국어·영어·수학은 물론 사회 과목과 진로 과목까지 그동안 수강한 강좌만 200여 가지다. 문씨는 중2 때부터 장애인 체육을 해왔다. 체육관과 집을 오가는 자동차에선 매일 0.75배속으로 EBS 영어 듣기 강의를 들었다고 한다. 올해 수시 전형으로 글로벌융합대학에 입학한 문씨는 현재 심리학과 아동가족학 과목을 듣고 있다. 그는 “스포츠 멘털 코치가 되거나, 아동 복지 기관에서 아이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씨는 10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EBS 꿈 장학생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았다. EBS는 2011년부터 어려운 환경에서도 공교육을 통해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을 선발해 장학금을 수여해 왔다. 올해는 교육부·한국장학재단과 함께 총 10명에게 3300만원을 지원했다.
문씨는 공부가 힘들 때마다 야구를 보면서 목표를 다졌다고 한다. 프로야구팀 두산 베어스의 팬인 문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중학생 때,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서 마음이 흔들리는 투수들을 다독이는 모습을 보면서 꿈을 정하게 됐다”며 “올해 목표는 두산 베어스 시구자로 나서는 것”이라고 했다. 문씨는 작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출전해 원반던지기·창던지기 종목에서 4위에 올랐다. 매일 1~2시간 운동하고, 대학 진학을 위해 공부를 놓지 않는 문씨를 보면서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하는 주변 장애인 친구가 많았다고 한다. 그는 “어느 한 가지가 부족하면, 꼭 다른 한 가지는 잘하는 것이 있기 마련”이라며 “잘하는 것을 찾아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꿈이 이뤄지리라 믿는다”고 했다.
올해 최우수상은 성균관대 사회과학대학에 입학한 김시현(19)씨가 받았다. 김씨는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의 사업 부도와 부모의 이혼으로 가정 형편이 급격히 어려워졌다. 문제집 대신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를 찾아보기도 했지만, 대학을 가길 원했던 어머니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뒤늦게 공부하기 시작했다.
유명 입시 업체의 인터넷 강의를 듣기엔 경제적 부담이 커 고3 내내 EBS로 공부했다. 그는 “모든 과목을 EBS 강의로 공부하고, 시험 기간 전엔 같은 교재를 7~8번씩 읽으며 배운 것을 점검했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 흔적이 사라지는 ‘기화(氣化) 펜’으로 수십, 수백 번 EBS 교재의 문제를 풀었다고 한다. 내신 전교 6등으로 졸업했다. 앞으론 EBS에 입사해 교육 동영상을 만들거나, 여성가족부 공무원이 돼 아동·청소년 정책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그는 “나처럼 상황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