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으로는 최초로 스모 요코즈나에 오른 아케보노 다로가 이달 초 별세했다. 사진은 아케보노가 2001년 9월 은퇴식에서 스모동작을 하는 모습./AFP 연합뉴스

일본 전통 스포츠인 스모 프로 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로는 최초로 요코즈나(橫綱·한국 씨름 천하장사 격)에 올랐던 아케보노 다로(55)가 별세했다.

일본 언론은 아케보노가 이달 초 일본 도쿄 지역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고 11일 일제히 보도했다. 미국 하와이 태생으로 큰 키(203㎝)를 앞세워 학창 시절 농구 선수로 뛴 아케보노는 19세이던 1988년 스모 선수로 입문했다. 피지컬과 기술을 고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은 그는 1993년 외국인 선수 최초로 요코즈나에 등극하며 스모 흥행을 이끌었다. 1990년대 일본 스모 리그는 ‘스모계 프린스’로 불리며 국민적인 인기를 누린 다카노하나·와카노하나 형제와 아케보노의 대립 구도에 힘입어 전성기를 구가했다. 아케보노는 1996년 일본으로 귀화했다.

2003년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은퇴한 아케보노는 요코즈나 출신으로는 최초로 입식 격투기 K-1 선수로 데뷔했다. 하지만 결과는 통산 전적 1승 9패로 좋지 않았다. 특히 일본 스모 요코즈나 출신과 한국 씨름 천하장사 출신의 맞대결로 한일 양국에서 큰 관심을 모았던 최홍만(44)과 세 차례 경기에서 모두 패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첫 경기에선 기권하며 패했고, 2·3번째 경기는 KO로 무릎을 꿇었다. 이후 종합 격투기 무대에도 도전장을 냈으나 통산 4전 4패 성적을 남기고 은퇴한 아케보노는 일본 프로레슬링 무대에서 화려한 연기를 선보이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2017년 프로레슬링 경기를 마친 뒤 심장마비로 쓰러진 후 투병 생활을 이어가다가 결국 심부전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뉴욕타임스는 “아케보노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누린 것은 일본인들이 스모에 대한 그의 헌신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