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78·네덜란드)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기 전, 부진한 성적을 비꼬던 ‘오대영’ 별명에 관해 “상처받진 않았다”며 웃어 보였다.
9일 방송된 KBS ‘아침마당’에 출연한 히딩크는 “새로운 축구센터가 설립된다고 해서 대한축구연맹의 초청을 받아 한국에 방문했다”고 말했다. 앞서 히딩크는 지난달 31일 한국 축구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히딩크는 “한국을 포함해 스페인, 러시아 등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일했다”며 “2002년은 내게 쉬운 해는 아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한국 사람들과 선수들에게서 느꼈던 일에 대한 열정이 좋았다”고 했다.
히딩크는 2002 한일 월드컵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하기까지 고심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감독직을 맡지 않는 게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했다. 당시 축구연맹에서 내건 조건 때문이었다. 반드시 월드컵 16강에 진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히딩크는 “당시 피파랭킹을 봤을 때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2001년 히딩크 취임 당시 한국의 피파랭킹은 42위였다.
히딩크는 “그래서 나도 역으로 조건을 내걸었다”며 “1년 6개월 동안 대표팀 선수들을 모아서 훈련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고 했다. 월드컵 출전 전까지 히딩크가 요청할 때는 소속팀에서 언제든 선수를 보내줘야 한다는 뜻이었다.
히딩크는 “또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며 “실력이 비슷한 국가 말고, 강대국을 상대로 평가전을 해서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이어 “나도 내 별명을 알고 있다”며 “오대영”이라고 했다.
월드컵 전 히딩크호는 강팀과 평가전을 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2001년 5월 프랑스를 만나 0대5로 졌고, 같은 해 8월 체코와의 원정 평가전에서도 0대5로 패했다. 이를 계기로 히딩크는 ‘오대영’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히딩크는 “그 별명에 상처받진 않았다”며 “내가 내건 조건 중 하나가 ‘준비하는 과정에서 쉬운 길을 선택하지 말자’는 것이었으니까, 패배하더라도 얻는 게 많을 것이기 때문에 패배만으로 보진 않았다”고 했다.
히딩크는 지금도 자신을 기억해 주는 한국의 축구 팬들에게 “22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까지 한일 월드컵 신화에 대해서 얘기해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과거에만 머물러있지 않고, 그때 쌓은 역량을 토대로 차세대 축구 꿈나무들도 같은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앞으로 나아갔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