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마비로 대학생 아들을 떠나보낸 부모가 아들이 다니던 대학에 장학금 1억원을 전달했다. 이 부모는 “아들이 미처 펼치지 못한 꿈을 친구와 선후배들이 이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8일 오전 11시 경남 창원시 국립창원대 대학본부 1층 로비. 가로 7.7m, 세로 4.75m 크기로 만들어진 명예의 전당에 대학발전기금을 쾌척한 기부자 396명(기업 포함)의 동판 이름표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한 중년 남성이 다가가 ‘손성혁’이라고 적힌 이름표를 어루만지며 “우리 아들 잘생겼죠?”라고 말했다.

국립창원대에 1억원을 기부한 손명동씨가 8일 대학본부 1층 로비에 있는 명예의 전당에서 먼저 떠난 아들 손성혁씨 이름이 적힌 동판을 가리키고 있다. /김준호 기자

손명동(61)씨는 아들의 이름으로 1억원을 기부했다. 1억원 이상을 기부한 성실클럽 멤버 중 학생은 성혁씨가 유일하다.

이 대학 경영학과 19학번인 성혁씨는 군 전역 후 복학을 앞두고 세무사 시험을 준비하다가 작년 12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 손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아내의 전화를 받고 의령에서 창원으로 가는 내내 ‘아닐 거야’ ‘문제없을 거야’라고 되뇌었다”며 “아픈 곳 하나 없던 스물셋 젊은 녀석이 갑자기 떠나니 참 황망했다”고 말했다.

성혁씨는 손씨가 38세 늦은 나이에 얻은 외동아들이었다. 대학 재학 시절 매 학기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성실했다. 초·중·고교 시절엔 반장도 여러 번 할 정도로 리더십도 있는 아들이었다. 그런 아들이 하루아침에 유명을 달리하자 한동안 부모는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마음을 잡지 못했다.

그러던 중 손씨는 아들을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비록 아들은 꿈을 펼치지 못했지만, 아들처럼 열정을 가지고 대학에 다니는 친구와 선후배들이 꿈을 이루는 데 보탬이 되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학교에 지속적인 기부를 하겠다”고 했다.

대학 측은 이날 고인이 된 성혁씨에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했다. 또 성혁씨가 공부하던 경영대학 앞에 성혁씨 이름의 표지석과 함께 기념 나무도 심었다. 박민원 국립창원대 총장은 “성혁씨는 우리 학교 제1호 명예 졸업자가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