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빌리 진 킹이 거기서 나와?”
MLB(미 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 전속 사진기자 존 수후(Jon SooHoo)가 17일 본인 소셜미디어(인스타그램)에 올린 방한(訪韓) 사진첩에서 또 다른 스포츠 전설이 포착됐다. 여자 테니스계 대모(代母) 빌리 진 킹(81·미국) 여사다. 빌리 진 킹은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30)와 그의 아내 다나카 마미코(28·이상 일본), 마크 월터(64·미국) 다저스 구단주 등과 숙소인 서울 여의도 F호텔 부대 시설에서 다정하게 어울리는 장면을 다수 남겼다.
킹이 이처럼 다저스 성원(成員)들과 함께한 이유는 그가 다저스 공동(소액) 구단주이기 때문이다. 테니스 이외에도 각종 스포츠에 큰 관심을 보인 그는 2018년 9월부터 다저스 구단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다저스 외에도 미 여자 프로축구와 여성 프로 아이스하키 팀에도 관여하고 있다. 킹은 지난해 12월 오타니가 LA 에인절스를 떠나 다저스와 세계 스포츠 사상 총액 기준 최대 규모인 10년 7억달러(약 9324억원) 계약을 맺었을 때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타니와 함께 놀라운 시즌을 보낼 수 있게 됐다”며 “(오타니 등번호인 17번은) 남동생 랜디가 야구 할 때 썼던 번호”라고 환영하기도 했다. 이번 방한을 앞두고도 X(옛 트위터)에 “다저스와 파드리스 경기를 보러 한국으로 간다. 큰 영광이자 모험이고, 기대가 크다”는 내용으로 짧은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킹은 1960~1970년대 여자 테니스계를 풍미했다. 4대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만 12회, 복식까지 합치면 39회 우승이란 기록을 갖고 있다. 30세이던 1973년에는 남자 테니스 선수 보비 릭스와 이른바 ‘성(性) 대결(Battle of the Sexes)’을 펼치며 여성 스포츠인에 대한 편견을 바꾼 선구자로 평가된다. 당시 55세였던 릭스가 “세계 최고 여자 테니스 선수라도 50줄에 접어든 날 못 이긴다”며 도발하자 기꺼이 맞서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완승했다. 이 사건은 2017년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이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후 킹은 본격적으로 여성 스포츠 선수들 권익 보호에 나서 1973년 여성테니스협회(WTA), 1974년 여성스포츠재단을 연달아 결성했다. 특히 차등 지급하던 테니스 대회 남녀 상금 액수를 동등하게 하자는 주장을 펼쳤고, 그의 노력으로 1973년 US오픈 대회를 시작으로 2001년 호주오픈, 2006년 프랑스오픈, 2007년 윔블던 등 메이저 대회 남녀 상금이 같아지기 시작했다. 미 라이프 매거진이 선정한 ‘20세기 가장 영향력이 큰 미국인 100명’에도 이름을 올렸다.
현재 다저스는 금융투자회사 구겐하임 파트너스 최고경영자(CEO) 월터가 구단주 역할을 맡고 있다. 구겐하임 파트너스에는 미 프로농구(NBA) 전설 매직 존슨(65·미국) 등도 참여하고 있다. 킹을 비롯한 다수가 소액 투자자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