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9월 태풍 ‘예니’가 닥쳤을 때 급류에 휩쓸려 대구 금호강에서 실종된 여중생 3명을 수색하다 순직한 대구 동부소방서 소속 김기범(당시 26세) 소방교의 아버지가 평생 모은 5억원을 12일 소방청에 기탁했다. 당시 김 소방교와 함께 이국희 소방위와 김현철 소방교도 목숨을 잃었다.

12일 대구 강북소방서에서 열린 '소방 영웅 김기범 장학기금 기탁식'에서 김경수(오른쪽)씨와 김조일 소방청 차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소방청

소방청은 고(故) 김기범 소방교의 아버지 김경수(83)씨가 기탁한 5억원으로 ‘소방영웅 김기범 장학기금’을 만들기로 했다. 이 장학금은 매년 순직 소방관 자녀와 국가유공자 후손들에게 지급된다. 소방청 관계자는 “김 소방교 생일인 2월 20일에 맞춰, 빠르면 내년 2월부터 장학금이 지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수씨는 아들을 잃고 받은 유족 연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았다고 한다. 그는 올해 초 남화영 소방청장에게 편지를 보내 “외아들을 잃고 한평생 검소하게 살면서 모아온 5억원으로 국가유공자 후손들에게 아들 이름으로 장학금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이날 대구 강북소방서에서는 ‘소방영웅 김기범 장학기금 기탁식’이 열렸다. 소방청은 아버지 김씨를 대구소방본부 명예소방관으로 위촉했다. 김씨는 “아들이 소방관 시험에 합격했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아들이 영원히 기억되길 바랐는데, 이제 아들 이름의 장학금이 생겨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