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희(22)씨는 7년 전 어머니 강선주씨를 떠나보냈다. 2017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간호사였던 강씨의 생전 행적을 고려해 장기 기증을 결정했고, 5명이 새 삶을 얻었다. 이씨는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중심을 못 잡고 자주 넘어졌는데, 그게 뇌졸중 전조 증상이란 걸 뒤늦게 알게 됐다”며 “미리 알았다면 엄마가 아직 살아계셨을 수도 있겠다는 마음에 간호학과에 진학했다”고 했다. 졸업을 앞둔 이씨는 “엄마의 길을 이어서 간호사가 됐다”며 “열심히 공부해서 아빠랑 동생 잘 지켜줄 테니까, 어머니가 하늘에서도 걱정 마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본부 회관에서 장기 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난 이들의 자녀를 대상으로 장학금 수여 행사를 열었다. 최근 5년간 뇌사 장기 기증자 2224명 중 59%인 1322명은 30~50대로, 상당수가 학업이 한창인 자녀를 두고 숨졌다. 장학회는 이런 장기 기증자들의 자녀를 돕는다는 취지로 2020년부터 운영됐다.
행사에 참석한 장기 기증자 가정의 자녀 14명은 “생명을 살린 부모님을 생각하며 다른 사람에게 보탬이 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이현주(19)씨의 어머니는 작년 10월 뇌출혈로 쓰러졌다. 어머니는 환자 7명에게 심장, 폐, 간, 신장, 각막 등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씨는 이후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됐고, 간호대에 진학했다. 이씨는 “엄마와 함께했던 일상, 함께 먹었던 저녁, 웃으면서 대화하던 사소한 순간들이 이어지지 않는 사실이 힘들었다”며 “넘치는 사랑 가운데서 절 키워주신 엄마, 7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난 엄마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조민우(19)씨는 올해 군사학과에 진학했다. 2008년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뇌사 판정을 받은 아버지는 장기 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났다. 조씨는 “아버지는 기억이 희미한 세 살 때 떠나셨지만, 일을 마치고 늦게 들어오시면서도 꼭 놀아주셨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군인의 꿈을 꿔온 조씨는 “아빠가 장기 기증으로 여러 사람을 살린 것처럼 저도 대한민국 육군이 돼서 아빠가 살린 사람만큼 우리나라 국민들을 잘 지키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