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꽃을 사고, 그 꽃 내음에 나 역시 행복해지는 것, 그것이 바로 봉사입니다.”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사랑샘재단 사무실에서 오윤덕 사랑샘재단 이사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 이사장은 오는 26일 서울대 졸업식에서 축사를 전할 예정이다. /남강호 기자

오는 26일 열리는 서울대 제78회 전기 학위 수여식에서 ‘법조계 봉사왕’으로 불리는 오윤덕(82) 사랑샘재단 이사장이 축사를 맡게 됐다. 법조 경력 50년의 원로 변호사인 그는 지난 20여 년간의 봉사 활동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고 한다.

서울대 법대 행정학과 61학번 출신인 오 이사장은 1965년 졸업해 1971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 사이 수차례 사법시험에 낙방했다. 은행원으로 일하며 신춘문예에 당선됐고, 문인의 길을 꿈꾸기도 했었다. 사법시험 합격 후 대구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대전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1994년 변호사 사무소를 열었고, 2003년부터는 청년들을 위한 열린 쉼터 ‘사랑샘’을 만들었다.

오 이사장은 “국회, 행정부, 학계에 국가와 인류에 훌륭하게 기여한 분이 많은데 나 같은 사람이 축사를 전하게 돼 책임이 막중하다”며 “원체 상처가 많고 마음이 공허해 봉사를 통해 스스로를 치유했던 것뿐인데 대단한 독지가인 양 불리는 것은 당치않다”고 했다.

오 이사장이 봉사를 하게 된 건 변호사로 일하던 2003년 아내로부터 들은 한마디 때문이었다. 그는 “판사 은퇴 후 변호사로 일하던 시절 아내가 ‘집에 돈만 밝히는 마귀가 한 마리 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며 “그 순간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부끄럽지 않은 법조인으로 살겠다고 다짐했던 30년 전의 내가 떠올랐다”고 했다. 그는 평생 모은 사재를 털어 신림동에 ‘사랑샘’을 열고 수험 생활에 지쳐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교양 강연, 심리상담, 다도, 일요 산행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청년 공익 변호사를 발굴해 외국인 근로자와 노숙인 등의 권익 보호를 돕고, 새터민 로스쿨생 장학 지원, 아동센터 운영 지원에도 힘썼다.

2010년 1월 8일 오윤덕 변호사가 고시생들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조선일보 DB

현재 오 이사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변시 오탈자’라고 한다. 로스쿨이 도입된 후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는 횟수가 5회로 제한돼 있는데 그 5번 모두 낙방한 이를 ‘변시 오탈자’라 부른다. 오 이사장은 이들에게 1인당 200만원을 지원해주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오 이사장은 “인생의 진로는 꼭 한 곳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고 뜻밖의 직장이 어느 순간 찾아오기도 한다”며 “아직은 잘 보이지 않겠지만 지평선 너머에 여러 가지 살아가는 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용기를 냈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