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서로 사랑한 것처럼, 앞으로도 서로를 쭉 사랑하십시오.”
성탄절 전날인 24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신예식장에 ‘깜짝 주례’로 나섰다. 주인공은 결혼 26년 만에 식을 올리는 부부. 1997년 결혼해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뒀지만 식을 올리지 못했다고 한다. 한 총리는 “흔히 주례사를 할 때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한결같이 사랑하라’고 하시는데, 두 분은 이미 즐거운 순간과 괴로운 순간을 수없이 넘기며 26년을 해로해 온 분들”이라며 이들을 축복했다.
“두 분이 지극정성으로 키워낸 따님은 병마를 이기고 대학에 입학해 바리스타의 꿈을 향해 걷고 있고, 두 분의 멋진 점만 쏙 빼닮은 아드님은 장차 배우가 되고 싶어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려움이 많은 가운데 이렇게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셨으니, 두 분은 자부심을 느끼기 충분하십니다.”
한 총리가 찾은 신신예식장은 사진사였던 고(故) 백낙삼 대표가 50여 년간 형편이 어려운 부부 1만4000여 쌍에게 결혼식을 치러준 곳이다. 3층짜리 건물을 예식장으로 무료 제공하고, 사진 촬영에 드는 실비 외엔 아무 돈도 받지 않았다. 백 대표와 아내 최필순씨가 건물 관리와 식장 청소, 주차까지 직접 맡아 챙겼다. 지난 4월 백 대표가 향년 93세로 별세한 뒤론 아들 백남문씨가 유지를 이어 예식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신신예식장에선 네 부부가 결혼식을 올렸다. 한 총리는 오후 12시 30분 예식을 올린 부부의 주례를 맡았지만 네 부부 모두의 결혼식 사진 촬영비를 지원했다. 축의금 대신이라고 했다.
신신예식장은 뒤늦게 결혼식을 올리는 ‘오래된 부부’가 많아서 신랑·신부가 따로 주례를 모시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백낙삼 대표 생전에는 그가 종종 주례 역할을 했다고 한다. 한 총리는 주례사에서 “모든 사랑에는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고 품위가 있다. 그렇지만 제게는, 열심히 일하면서 온갖 풍파를 함께 견딘 뒤 서리 내린 머리로 혼인 예식을 올리는 신신예식장의 부부들이 가장 아름다워 보인다”며 “사랑 중에 가장 애틋한 사랑은 오래된 사랑이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