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요.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
지난달 30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 문화관. 서혜연(60) 서울대 음대 성악과 교수의 지휘에 맞춰 발달장애 학생 10인의 합창이 울려 퍼지자 뒤에서 이를 바라보던 부모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학생들은 이날 엿새 앞으로 다가온 제11회 ‘국제 스페셜 뮤직 & 아트 페스티벌’의 폐막 콘서트 노래를 최종 점검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서 교수와 서울대 성악과 학생 4명이 학생들 사이를 돌아다니고 악보를 가리키며 발성과 발음을 지도해줬다. 학생들은 3시간 넘는 시간 내내 미소를 입에 머금은 채 ‘어머니의 마음’ ‘You raise me up’ ‘우정의 노래’ 등을 불렀다.
국내외 발달장애 학생과 아티스트들이 국내 정상급 예술인들의 지도 아래 공연과 전시를 선보이는 ‘국제 스페셜 뮤직 & 아트 페스티벌’이 올해로 만 10년을 맞는다. 사단법인 스페셜올림픽코리아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이 페스티벌은 2013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지적장애인 올림픽) 때부터 시작됐다. 올해는 오는 2일부터 5일까지 서울대 예술관에서 열린다. 클래식과 팝, 미술 세 분야로 나뉘며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노영심 작곡가·피아니스트, 서혜연 교수, 이순종 서울대 미대 명예교수 등 멘토진의 가르침을 받은 120명의 발달장애 학생이 노래를 부르고 미술 작품을 선보인다.
올해 페스티벌의 테마는 ‘고마워’다. 지난 10년간 페스티벌을 지원해준 부모와 스승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았다고 한다. 콘서트 연습을 하는 아들 김동우(27)씨의 노래를 듣던 부친 김항래(61)씨는 “아들이 장애가 있어 또래에 비해 누리지 못하는 것이 많아 아쉽고 늘 미안한 마음”이라며 “떳떳한 사회구성원으로서 무대에 오를 아들을 생각하니 뿌듯하고 도리어 내가 더 고맙다”고 했다.
콘서트에 참가하게 될 발달장애 학생들은 “노래를 부를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10년 넘게 노래를 배웠다는 계현재(23)씨는 “노래 연습할 때 가사 외우는 게 어렵다”면서도 “무대에 오를 때면 늘 설레고 긴장은 전혀 되지 않는다”고 웃었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봉수연(17)양은 “‘우정의 노래’처럼 신나는 노래를 부를 때 너무 재밌고 흥겨워진다”며 “음대에 진학해 성악을 전공하고 싶다”고 했다.
페스티벌이 10년간 계속되면서, 이 페스티벌을 통해 성장한 발달장애 학생도 많다. 처음엔 악보도 못 볼 정도로 음악을 몰랐지만, 음감이 좋다는 이유로 선발됐던 클라리넷 연주자 주찬이(19)씨는 초등학생이던 지난 2014년부터 여섯 차례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그 사이 실력은 일취월장했고 작년엔 서울시내 한 음대에 합격했다. 서혜연 교수의 지도를 받은 테너 윤용준(29)씨도 대학 성악과를 졸업해 합창단에서 활동 중이다. 그는 올해 개막 콘서트에서 독무대도 선보일 예정이다. 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인 나경원 전 의원은 “발달장애인들도 예술을 할 수 있고, 그 예술로 대학을 갈 수도, 직업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을 사회에 보여준 것이 페스티벌을 10년간 진행해오면서 가장 보람찬 일”이라고 했다.
이번 페스티벌에는 지난 3년간 코로나로 초청하지 못했던 외국인 참가자들도 참여한다. 인도, 필리핀, 일본, UAE 등 9개국에서 온 발달장애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인도 출신의 콩가 드럼 연주자 파르트 비르제(Parth Birje·30)씨는 “음악에는 어떤 장애도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것 같다”며 “외국에서 공연할 수 있는 멋진 기회가 생겨 너무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필리핀에서 온 팝 보컬리스트 샬린 에스카시나스(Charlene Danica Posa Escasinas·29)씨는 “저처럼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저의 재능을 나누고 싶다”며 “필리핀을 대표할 기회가 주어져 기쁘다”고 했다.
지난 10년간 발달장애 학생들을 지도해온 페스티벌 멘토단장 겸 운영감독 서혜연 교수는 올해 페스티벌 소회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발달장애 학생들이 무대를 마치고 ‘파라다이스 같았어요’라며 환한 미소를 보일 때면 제가 봉사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힐링’을 받는 기분이에요. 더 많은 아이들이 기회를 얻고 성취감이 느낄 수 있도록,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질 수 있도록 앞으로 20주년, 30주년까지 함께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