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독서 인구가 줄고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여전히 책만큼 정확하고 독자 맞춤 큐레이팅이 잘돼 있는 매체는 없다고 봅니다.”

카린 판사 국제출판협회장은 “서울국제도서전은 한국 출판계의 활력을 보여준다”며 “한국 도서들은 브라질에서도 인기가 많다”고 했다. /이진한 기자

전 세계 76국 92개 출판협회의 연맹인 국제출판협회(IPA)의 카린 판사(46) 회장은 13일 인터뷰에서 “유튜브와 OTT 등 새로운 매체의 바람이 거세지만, 정책 입안자들은 여기에 휩쓸려 책과 독서의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며 “출판계 역시 ‘책 읽는 시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노력이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세계 출판인들을 대변하는 IPA는 출판·표현의 자유 및 저작권 보호, 문맹 퇴치, 독서 증진 활동 등을 펼쳐왔다. 올 초 회장에 취임한 브라질 출신 판사 회장은 1896년 창립된 IPA 역사상 세 번째 여성 회장이다. 18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 참석을 위해 처음 한국을 찾았다.

판사 회장은 출판인이었던 아버지 영향으로 10대 때부터 책 번역 등을 하며 출판업과 연을 맺었고, 20대에 어린이책 출판사를 설립했다. 그는 “예를 들어 아이에게 ‘물의 순환’에 대해 알려주려 할 때, 책은 유아 및 아동 도서, 청소년 도서 등으로 독자층을 구분하고 연령대에 알맞은 방식으로 검증된 정보를 제공한다”며 “연령, 직업, 집단 등으로 나뉘는 독자층에 따라 출판인들이 고심해 내용을 구성하는 ‘큐레이팅 기능’은 유튜브 등이 따라올 수 없는 점”이라고 말했다.

또 “어린이 도서를 출판하면서 많은 어린이가 책을 읽을수록 자신감이 생기고, 사유와 논쟁의 힘을 갖는 것을 봐왔다”며 “‘책과 친한 인구’를 늘리는 데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것은 바로 독서가 교육 및 문해력 증진과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늘날 세계 출판업의 모습은 각국 디지털 인프라 수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판사 회장은 “온라인 쇼핑이 발달하지 않아 코로나 봉쇄 기간에 책 구입 자체가 어려웠던 나라들도 있는 반면, 전자책 단말기 보급률이 높은 나라에서는 전자책 해킹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 대량의 전자책이 유출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판사 회장은 “해킹에 대한 강한 법적 제제와 함께 전자책 유통 업체에 적절한 보안 장치를 요구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판사 회장이 출판인이 되기로 결심한 건 16살 때 방문했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때문이었다. “온 세계 문화와 이야기들이 책을 매개로 한곳에 모인 눈부신 축제였죠. 30년이 지난 지금 사람과 책 사이는 좀 멀어진 것 같아요. 서울국제도서전이 많은 이에게 책의 가치를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