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세계를 선도할 잠재력을 가진 한국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미국 부통령 출신의 세계적인 기후 환경 운동가 앨 고어(75)는 15일 본지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은 전 세계 기후 위기 해결의 적임자”라며 이같이 말했다.
오는 8월 19~20일 서울에서 그가 이끄는 글로벌 환경 단체 ‘클라이밋 리얼리티 프로젝트(The Climate Reality Project)’의 기후 현실 리더십 양성 프로그램이 열린다. 전 세계 청소년·청년 등이 참가해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과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근절 등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행사가 국내에서 이어지는 것이다. 그는 “기후 위기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최신 정보와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라며 “한국인들의 기후 대응 동참을 위한 진정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앨 고어는 클린턴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데 이어 2000년 미 대선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섰다. 당시 전국 득표가 더 많았던 상황에서 선거인단 수에서 뒤져 재검표 논란이 일었지만, ‘깨끗한 승복’ 연설로 전 세계 정치권에 화제가 됐다. 기후 운동가로 변신한 그는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 제작 등 기후 위기 대응 노력을 인정받아 2007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는 인터뷰에서 한국의 ‘기후 위기 해결 능력’을 거듭 강조했다. “한국이 인류의 미래를 구할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했다. “전 세계 194국 중 한국만큼 중요한 나라를 찾기도 힘듭니다. 제 아이들이 음악을 틀면 어김없이 한국 음악이 흘러나와요. 제가 어렸을 때 영국에서 건너온 비틀스가 미국에 침입했을 때가 생각날 정도입니다. 하하.” 한국이 ‘매력적인 국가’의 장점을 살려 기후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한국이 기후 대응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로 “비즈니스와 제조업의 혁신 국가”라는 이유와 함께 ‘인권’을 언급했다. 그는 “기후 위기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기이자 저소득 국가와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영향을 받는 인권 문제”라며 “놀라운 근대화를 통해 수백만 명을 빈곤에서 벗어나 풍요롭게 하고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 한국이 그런 활력을 토대로 기후 위기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자동차, 반도체 등에서 효율성을 중시해 왔기에 ‘탄소 배출 제로(0)’를 향한 여정을 훨씬 효율적이고 정밀하게 만드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이라는 목표를 세운 한국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거대 국가와 그 뒤를 잇는 인도는 경제력도 크고 탄소 배출량도 많은 국가이지만, 한국은 세계를 감동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이 누적 탄소 배출량에서 세계 20위에도 들지 않지만, 선진국 수준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감당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산업계의 과도한 부담 등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한국이 탄소 감축 의무 이행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이 요구하는 저탄소 제품 시장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다”고 했다. 탄소 감축은 피할 수 없는 대세이고, 이득도 따른다는 취지다.
그는 “최근 한국에서 태양광과 풍력의 전기화(化) 비용이 매우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기후 대응은 더 효율적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신재생 에너지 생산 비용 하락 등을 토대로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서도 세계 다른 나라들을 따라잡고 능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기후 위기는 한국을 포함한 곳곳에서 일어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은 작년 여름 한국을 강타하기도 했다”며 “당시 16시간 동안 430㎜의 집중 호우가 내렸는데 정말 믿을 수 없는 ‘비 폭탄’이었다”고 했다. 기후 변화로 미국 플로리다 등지에서도 허리케인과 폭우, 가뭄, 화재 등 각종 재난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기후 위기는 전 세계가 함께 노력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그는 환경에 관심이 높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세계 무대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가장 똑똑하고 우수한 젊은이들이 기업에서 일하면서 기후 위기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 “(전 세계) 기업들도 그런 젊은이들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한국을 찾아 환경 운동가와 기후 과학자 등을 만났다. 고어는 “벌써부터 많은 사람이 (8월에) 한국에서 진행될 프로그램을 신청하고 있어 매우 흥분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