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발간되는 한글 신문 중 가장 오래된 매체인 ‘고려일보’가 올해 창간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로고와 서체, 신문 디자인을 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발표했다. 1923년 3월 1일 러시아 연해주에서 ‘삼월일일(三月一日)’이라는 제호로 창간된 신문은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로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로 이전한 뒤 1938년 5월 15일부터 ‘레닌기치’로, 이후 1978년 알마티로 옮겨 1991년부터 ‘고려일보’로 제호를 변경했다.
이날 ‘고려일보 100주년, 새로운 얼굴로 새로운 세기를 향하여’란 주제로 열린 행사에서 새롭게 공개된 제호는 한글 멋글씨 예술가(캘리그래퍼)인 강병인 작가가 디자인했다. 강 작가는 “고려인의 자부심과 우리말 그리고 한글을 지키려는 100년의 그 노력에 경외감을 느꼈다”면서 “광개토대왕비의 웅혼하고 기세 넘치는 글씨, 그리고 기하학적인 도형을 바탕으로 미래까지 담은 한글 첫 모습인 훈민정음체에 담긴 정신을 ‘고려일보’ 글씨에 담으려고 정성을 다했다”고 밝혔다. 힘이 넘치는 곧고 바른 획이 돋보인다.
새 서체는 조선일보 서체에 한글 폰트 제작 회사 산돌과 조의환 디자이너 등의 손길이 더해져 탄생했다. 개편된 지면 디자인엔 글씨미디어 홍동원 디자이너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고려일보가 한국과 고려인들 사이에서 민족 정체성을 살리는 역할을 해온 정신을 높이 사 서체를 적극 지원했다. 고려일보는 창간호에 ‘3·1 독립선언문’ ‘삼일운동략사’를 싣는 등 타국에서 독립운동 정신을 지키려는 독립운동가들의 뜻을 이으면서, 우리의 전통과 풍습을 유지하고, 현지의 문화와 융합하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싣는 등 고려인 동포들의 이주사(移住史)를 대변하고 있다. 고려일보사 김 콘스탄틴 총주필은 “고려일보를 대표해 조선일보와 강병인 작가, 홍동원 대표를 비롯해 이 작업을 수행하는 데 많은 지원과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린다. 고려일보는 고려인들의 공동 자산이기 때문에 이 신문은 모든 고려인에게 귀중한 선물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