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추리소설 거장 애거사 크리스티(1890~1976)의 작품 최근 개정판에서 인종차별 요소가 있는 기존 표현들이 대거 수정되거나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CNN은 “현대 관객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표현이 제거된 고전 작품에 크리스티 소설도 이름을 올리게 됐다”고 했다.

영국 추리 소설 작가 애거사 크리스티./게티이미지

27일(현지 시각) 텔레그레프 등 외신들은 영미권 최대 출판 그룹 중 하나인 하퍼콜린스가 2020년 이후 개정 출판한 크리스티 소설에서 다수의 단어와 구절이 원작과 다르게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영국 동화 작가 로알드 달(1916~1990)의 작품 출판사가 젠더·인종 등 관련 표현을 대거 변경해 출판하면서 찬반 논란이 일었는데, 크리스티 소설에도 이러한 수정이 발견된 것이다.

개정판에선 흑인을 비하하는 ‘n’으로 시작하는 단어가 모두 삭제됐고, 특정 인종을 연상시키는 ‘사랑스러운 하얀 치아’ ‘검은 대리석’(여성의 몸을 비유) ‘인디언 기질’ ‘당연히 유대인’ 등의 표현도 사라졌다. 등장인물이 밤중에 덤불에 숨어있는 흑인 여성을 발견하지 못하는 문단은 통째로 빠졌다. 여성을 ‘집시 타입’으로 표현한 부분은 ‘젊은 여성’으로 변경됐다. 크리스티 소설은 인종차별 요소가 있는 작품 제목이 변경된 적은 있으나 본문이 바뀐 건 이번이 처음이다. 텔레그래프는 2020년 이후 나온 일부 개정판과 전자책이 수정됐고, 향후 나올 개정판에도 수정 작업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런 수정 작업이 ‘검열’이냐 ‘시대에 맞는 진화’냐를 두고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로알드 달 작품의 경우엔 반대 여론이 커지자 출판사가 ‘개정 버전’과 ‘고전 버전’ 두 가지로 출시하기로 했다. 영국 작가 이언 플레밍(1908~1964)의 소설 ‘007 시리즈’도 인종차별적 표현을 고친 개정판이 올해 출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