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들이 어떻게 희생됐는지 알 수 있는 증거가 될까 싶어 사진을 모아왔습니다. 내년이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기인데 우리는 100년간 무엇을 했습니까?”
정성길(81) 계명대 동산의료원 명예박물관장은 14일 “100년 전 사진들이 우리 선조들의 억울한 죽음의 증거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며 흑백사진 수십장을 꺼내 보였다. 정 관장은 1980년대부터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과 관련한 자료를 수집하고 실상을 알려왔다.
정 관장은 “1925년 일본 경시청이 발간한 사진집에 있는 사진들”이라며 “1923년 관동대지진 직후에 찍힌 우리 선조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고 했다. 관동대지진은 1923년 9월 1일 일본 간토, 시즈오카, 야마나시 지방에서 일어난 7.9 규모의 지진이다. 사망자 등 희생자가 40만여 명에 달하고 200만명이 집을 잃는 등 일본 지진 재해 사상 최대 피해를 당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사회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조선인과 중국인이 폭동을 일으키려고 한다는 소문을 퍼뜨렸고, 일본 군대, 경찰과 일본인이 조직한 자경단 등이 조선인을 무차별 학살했다. 독립신문은 관동 지역 조선인 1만5000여 명 중 6600여 명이 학살당했다고 기록했다.
정 관장은 ‘조선인 수용 보호’ 라는 문구와 함께 ‘1923년 9월 10일’이라는 날짜가 적혀 있는 사진을 들었다. 그는 “일본인들이 조선인 수십명을 경찰서 유치장에 수용하고 있는 모습, 무너진 집 복구 사업에 동원된 모습, 줄을 서서 사과를 배급 받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이 사진들에 등장한 조선인들은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행방은 찾을 수가 없고 학살이 있었다는 기록만 있다”며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정 관장은 직접 작은 승합차를 몰고 전국 각지를 다니면서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진상 규명을 위한 서명을 받았다. 총 6만5000명의 서명이 모였다. 내년 100주기에는 덕수궁 정동길에서 관련 사진들을 전시할 계획이다. 그는 “억울하게 숨진 우리 선조들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사진을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8월 일본 국회에서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기록영화를 처음으로 상영했다. ‘관동대지진 조선인·중국인 학살 100년 희생자 추도대회 준비회’ 주최로 영화 상영회가 일본 도쿄 중의원 제1의원회관에서 열렸고, “실상을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 관장은 이런 사실을 언급하면서 “오히려 일본 국회는 조선인 학살의 진상을 밝히고 희생자를 추도하는데, 우리나라 국회는 정작 관심이 없다”며 “정말 뼈 아프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