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창립된 한국정치학회가 내년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70년 학회 역사상 첫 여성 회장으로 선출된 최아진(56)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제52대 한국정치학회장으로 임기를 본격 시작한다. 최 교수는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리는 한국정치학회 정기총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첫발을 내딛는다.
9일 오전 국립외교원에서 만난 최 회장은 “(첫 여성 회장이란 타이틀에)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내가 잘해야 앞으로 (여성) 후배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올 테니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 회장은 스스로를 “나서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라고 소개했다. 언론 인터뷰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도 한국정치학회장에 나서기로 결심한 이유에 대해 “학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여성 학자로서의 한계를 벗어나는데도 큰 도움을 받았다”며 “이제는 내가 봉사해야 할 때라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고 밝혔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2001년 미국 듀크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딴 최 회장은 하버드대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활동하다가 2003년 모교에 부임했다. 전공은 국제분쟁 관리 및 동맹 행동 등 국제정치학 분야. 그는 “한국은 국제정치에 대한 이해 없이는 다양한 정치 문제를 풀어나가기 어렵다”면서 “국제정치와 국내정치의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하며 한국정치학회와 협력을 많이 해왔다”고 했다.
최 회장은 갈수록 심화되는 ‘정치의 양극화’에 대한 진단과 처방도 조심스레 내놨다. 그는 “대통령제와 양당제가 결합하면서 정치 양극화가 가속화한 측면이 있다”며 “궁극적으로 다당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 회장은 “다당제를 하기 위해서는 소선거구제에서 중선거구제로의 변화 등 선거제도 개혁이나 정치문화 개선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동아시아 안보 질서가 불안정해지는 상황에서 “한국은 ‘한국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동북아 주변국들의 국력이 워낙 강해서 한국의 힘이 약해 보일 뿐이지, 한국은 세계 10대 대국”이라며 “환경이나 핵 비확산 문제에 있어 어젠다를 제시하고 협력을 유도하는 등 주체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BTS, 블랙핑크, 영화산업 등 문화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외교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최 회장은 “지난 10월 독일에서 안보 전문가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을 문화 강국으로 인식하고 있더라”며 “오히려 이들로부터 한국이 문화적 강점을 활용해 글로벌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전략적 모호성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략적 모호성과 명확성은 병행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미동맹을 비롯해 동맹관계는 발전시켜 나가되 중국, 러시아 등 비민주국가들에도 배제보다는 포용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 회장은 내년 한국 정치가 지향해야 할 가장 큰 키워드로 ‘소통과 통합’을 꼽았다. 그는 “양극화와 갈등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일으키고 있다”며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정당인들과 정책 결정가들, 그리고 전문가들이 의견을 교환하며 국익을 위해 협의해나갈 수 있는 소통의 플랫폼을 한국정치학회에서 만들고자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