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호 기자

“탈레반이 다시 아프가니스탄을 지배하면서 그동안 어렵게 일군 경제성장이 신기루처럼 사라졌습니다.”

7일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압달라 알 다르다리 유엔개발계획(UNDP) 아프가니스탄 국가사무소 소장은 “현재 아프간은 원조에 의존해 왔던 취약한 경제 구조에, 탈레반 집권에 따른 일시적 충격이 더해져 이중고를 겪는 상황”이라고 했다. 작년 8월 수도 카불을 함락한 이슬람 무장 단체 탈레반은 1년 3개월째 아프간을 철권 통치하고 있다. 유엔은 최근 “탈레반 집권 이전 아프간의 국내총생산(GDP)은 200억달러(약 28조원) 수준이었는데 1년 만에 50억달러(약 7조원)를 상실했다”며 “아프간 인구의 95~97%가 빈곤선 아래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UNDP는 지난해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자 즉각 기존 지원 프로그램을 현지 상황에 맞게 전환해 지역 주민들을 도왔다. 현재 아프간에는 300여 명의 UNDP 직원이 상주하고 있으며, 이들은 약 50여 민간 NGO 단체와 함께 아프간 재건에 힘쓰고 있다.

다르다리 소장은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날, 나는 그곳에 있었다”며 “UNDP는 50여 년간 아프간을 떠난 적이 없다”고 했다. 시리아 출신으로 2005~2011년 시리아 부총리를 지낸 그는 2019년부터 UNDP 아프간 국가사무소 소장직을 맡고 있다.

다르다리 소장은 “이제는 인도주의적 지원만으로는 아프간 경제를 살릴 수 없다”며 “중요한 건 일자리를 만들고, 인프라를 재건해 새로운 경제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서방 세계가 탈레반 정부를 제재하는 가운데 아프간의 회복을 꾀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그는 “우리가 할 일은 현재 틀 안에서 최대한 자원을 가용해 아프간 국민을 돕는 것”이라며 “협력할 수 있는 중앙정부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새로운 경제 모델을 만들 수 있을지가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ABADEI’(Area-Based Approach for Development Emergency Initiatives)는 UNDP 아프간 사무소의 대표 프로젝트로, 청년층 일자리 창출 및 여성 소상공인 지원 등 민간 부문을 통해 아프간을 재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르다리 소장은 “ABADEI는 아프간 현지어로 ‘회복’이라는 뜻이기도 하다”며 “한국은 지금까지 아프간에 6억달러가 넘는 지원을 했다. 이에 대한 감사를 표하며, 국제 정세가 엄중하지만 아프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