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부진 탈출을 도운 잔 피에로 벤트로네(Gian Piero Ventrone) 토트넘 피지컬 코치가 62세의 나이로 6일(현지 시각) 별세했다. BBC 등에 따르면 벤트로네 코치는 불과 며칠 전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 급격히 쇠약해져 나폴리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토트넘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그라운드 안에서 우리는 그에게 의지했고, 밖에서는 사랑했다”며 “불가능할 정도로 깊은 슬픔에 잠겼을 가족과 지인들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애도했다. 별세 소식을 접한 손흥민도 인스타그램에 과거 경기장에서 고인과 포옹했던 사진을 올리며 그를 애도했다. 그는 “잔 피에로 당신은 내가 가장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놀라운 추억을 함께 나눴다”며 “내가 당신에게 얼마나 빚졌는지 말로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토트넘 지휘봉을 잡은 안토니오 콘테 감독 사단의 일원으로 팀에 합류한 벤트로네 코치는 ‘킬러’라고 불릴 정도로 살인적인 체력 훈련을 실시해 토트넘 선수들 사이에서 악명을 떨쳤다. 토트넘이 지난 7월 프리시즌 투어로 한국을 찾았을 때도 벤트로네 코치는 셔틀런(왕복 달리기)을 비롯한 ‘지옥 훈련’을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벤트로네 코치는 손흥민을 비롯한 선수들의 존경을 받았다. 개막 8경기 무득점으로 슬럼프를 겪던 손흥민이 지난달 18일 레스터시티와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터트린 뒤 감격을 나눈 대상도 벤트로네 코치였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벤트로네 코치와 20초 가까이 포옹을 나눴고 인터뷰에서는 “인생의 지혜를 가진 벤트로네 코치는 내게 좋은 조언을 정말 많이 해주시는 분”이라며 “내가 힘들 때마다 언제나 ‘빅 허그’로 안아줬다”고 말했다.
벤트로네 코치도 손흥민에게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것으로 유명하다. 손흥민이 무득점의 압박에 시달리기 시작한 8월 말에는 인스타그램에 훈련장에서 손흥민을 개인 지도하는 사진을 올리는가 하면 7월에도 “소니(Sonny)와의 사전 훈련”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리는 등 벤트로네 코치가 가장 최근에 올린 게시물 3개 중 2개가 손흥민과 함께 있는 사진이다.
이탈리아 나폴리 출신인 벤트로네 코치는 토트넘에 합류하기 전 유벤투스, 카타니아(이상 이탈리아), 장쑤 쑤닝, 광저우 헝다(이상 중국), 아작시오(프랑스) 등에 몸담았으며 유벤투스에서는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과 여러 차례 우승을 합작하기도 한 베테랑 코치다. 2006 독일 월드컵 때는 이탈리아 대표팀 코치진으로 합류해 조국의 네 번째 우승에 일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