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을 앞둔 원로 배우 이순재(89)가 연극 ‘갈매기’ 연출을 맡았다. 이순재가 연출하는 연극 ‘갈매기’는 오는 12월 21일부터 내년 2월 5일까지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고 공연제작사 아크컴퍼니가 7일 밝혔다.

배우 이순재의 연출작 연극 '갈매기' 포스터. / VAST 엔터테인먼트

‘갈매기’는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1860~1904)의 4대 장막극 중 하나로, 지금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다. 체호프의 4대 장막극 중에서 가장 먼저 쓰인 이 작품은 어머니 ‘아르카지나’의 그늘에서 벗어나 작가로 성공하고 싶어 하는 ‘트레플례프’와 배우를 꿈꾸는 ‘니나’의 비극적 사랑을 그렸다. 현실과 꿈 사이를 끊임없이 부유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담았다.

체호프의 작품을 연출하는 건 이순재의 오랜 꿈이었다고 한다. 이순재는 대학 시절부터 연극 연출을 해왔고, 이달 15일까지 동국대 이해랑극장에서 열리고 있는 관악극회의 ‘위선자 따르뛰프’의 예술감독도 맡고 있다. 하지만 상업 공연에서 연출을 맡는 건 사실상 처음이다. 공연 관계자는 “이순재가 90세를 앞두고 연극에 대한 66년 애정을 담은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며 “통찰력과 세월을 담은 리더십,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최고의 무대를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의 캐스트 등은 순차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이순재는 작년 3시간 20분 길이의 셰익스피어 연극 ‘리어왕(King Lear)’에서 한 달 넘게 열연했다. 그는 ‘세계 최고령 리어왕’이었다. 당시 그는 “남자 배우라면 젊을 때는 햄릿, 중년에는 맥베스, 말년에는 리어왕을 꿈꾼다. 나는 햄릿도 맥베스도 놓쳤고 마침내 죽기 전에 리어왕을 연기한다. 쓰러져도 좋다는 각오로 무대에 오른다”고 했다. 이순재는 지난달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에서 개막한 연극 ‘아트’(ART)에 출연하면서 여전히 맹활약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