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에 2000만원을 기부한 임재화씨(오른쪽)와 그 아들 경묵씨. /임재화씨

지난 6월 ‘서울성모병원 소아 BMT 기금’에 후원금 2000만원이 들어왔다. 이 병원에서 20여 년간 치료를 받고 완치된 환자 아버지인 임재화(57)씨가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써달라며 보낸 기부금이었다.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임씨는 “우리 아이가 한창 치료받았을 때 주위에서 완치되고 잘 성장한 아이들 소식을 전해 들으며 힘을 낼 수 있었다”며 “우리 가족 이야기도 다른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임씨의 외동아들 경묵(21)씨가 백혈병 진단을 받은 것은 두 돌을 갓넘긴 2003년이었다. 처음엔 큰 병이 아닐 거라 생각했지만 검진받으러 간 여의도성모병원에서 “‘림프 백혈병’에 걸렸는데, 상태가 매우 심각해 격리 병실로 옮겨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그날로 아들의 투병 생활이 시작됐다. 주사관을 통해 이물질에 감염되면서 열이 41도까지 올라 생사를 오가는 일도 있었다.

임씨 가족이 지난한 치료를 버틸 수 있게 해줬던 버팀목은 사회 곳곳에서 답지한 온정의 손길이었다. 임씨는 특히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서 운영하는 ‘쉼터’에서 숙식을 제공받은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아들의 백혈병 진단으로 절망에 빠졌을 때 병원 복도에서 자원봉사자 네 분이 노래를 불러준 일도 큰 위안을 줬다고 했다.

임씨는 공무원이라는 안정적 직업이 있었지만, 아들이 최상 환경에서 치료받으려면 시급히 목돈을 마련해야 한다고 판단해 국내 농산물을 수출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모험에 가까운 선택이었지만, 다행히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날로 성장했고 아들의 병세도 좋아졌다. 마침내 작년 11월 경묵씨는 병원에서 완치 판정을 받았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동물 관련 다큐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는 경묵씨는 현재 영국의 런던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있다.

임재화씨는 도움을 받은 만큼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기부를 시작했다. 이번 기부에 앞서 백혈병어린이재단도 3300만원을 후원했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등 아직 기부하지 못한 곳에도 기부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아들이 한창 치료받을 때 사회에서 예상치 못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난치병 치료가 어려운 과정이지만 사회의 여러 제도와 시스템을 통해 도움 받으며 꼭 희망을 잃지 않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