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의 시에 담긴 메시지는 결국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사랑이 인스턴트 음식처럼 가볍게 여겨지는 세상 속에서 만해의 시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정신이 환기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일제강점기의 대표적 독립운동가이자 스님, 그리고 시인인 만해 한용운의 시가 100년 만에 노래로 재탄생했다. ‘군말: 노래로 만나는 만해 한용운’이라는 앨범에 ‘군말’ ‘나룻배와 행인’ ‘차라리’ ‘고적한 밤’ ‘알 수 없어요’ ‘꿈과 근심’ ‘길이 막혀’ 등 7곡의 노래가 담겼다. 대중음악사학자로 대중가요, 동요, 항일가요 등의 역사를 연구하는 장유정 단국대 자유교양대학 교수의 작업물이다.
장유정 교수는 27일 인터뷰에서 “어려서부터 자칭 문학소녀였기에 한용운, 윤동주, 김소월의 시를 매일 읽고 외우며 자랐다”며 “김소월의 시는 노래로 제작된 것이 많은데 한용운의 시는 노래로 제작된 것이 거의 없어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키고자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장 교수는 2014년 시애틀에서 14세기 중국 시인의 시를 영어로 번역해 시리아의 창법으로 공연을 하는 것을 보고 크게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공연을 보고 나도 언젠가 문학과 음악을 접목시키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호기롭게 시작한 작업이었지만 결코 순탄치는 않았다. 장 교수는 “인터넷에 한용운 시가 모두 엉망으로 표기돼 있어 이를 바탕으로 만드는 노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1926년 회동서관에서 간행된 만해시집 초판본을 구해 이를 읽으며 노래로 쓸 곡을 선정했다”고 했다. 한용운의 시가 김소월 등의 시에 비해 정형성이 떨어지다 보니 선율을 붙이는 것 또한 어려웠다고 한다. 장 교수는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님의 침묵’을 꼭 노래로 만들어보고 싶었지만 어떤 선율을 붙여도 좋은 시가 훼손되는 느낌이 들어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도 했다.
앨범의 제목과 1번 트랙에 ‘군말’을 넣은 이유에 대해 장 교수는 “한용운의 ‘군말’은 윤동주의 ‘서시’처럼 한용운 시에서 하고자 하는 모든 말이 들어가 있는 시이기 때문”이라면서도 “내가 지금 하는 작업이 군더더기 같은 작업은 아닐까 하는 조심스럽고 부끄러운 마음 또한 담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앨범 작업을 한 1년 반의 기간은 내 마음이 치유되고 정화되는 시간”이었다면서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윤동주의 시도 노래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