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본 쉬나드(83) 파타고니아 회장이 지난 2014년 캘리포니아 벤츄라의 포스터 파크에서 낚시하는 모습. /포브스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창업주 이본 쉬나드(83) 회장이 회사 소유권을 통째로 환경 단체와 관련 비영리 재단에 기부했다. 쉬나드 회장은 14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아내와 두 자녀의 뜻을 모아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 보호를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으며, 이미 지난 8월 지분 이전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파타고니아는 비상장 기업으로, 쉬나드 일가의 지분 가치는 30억달러(약 4조1800억원)에 이른다. 1750만달러(약 240억원)에 이르는 증여세도 쉬나드 측이 납부했다. 앞으로 연수익 1억달러(약 1390억원)도 전액 환경 보호 활동에 쓸 예정이다. 쉬나드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파타고니아에서 일하는 40대 아들·딸은 향후 봉급은 받되 회사에서 어떠한 수익 배분도 받지 않게 된다고 한다.

미국 뉴욕 맨해튼 부촌의 파타고니아 매장 간판. 14일(현지시각) 창업주의 회사 지분 30억달러 규모의 100% 기부 소식이 알려지며 미국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미국 등에서 '아웃도어계의 구찌'로 불릴 정도로 고품질 고가 정책을 유지하면서 친환경 정책을 펼쳐왔다. /AFP 연합뉴스

미국에서 ‘기빙 플레지’ 등을 통해 기업인과 억만장자들의 통 큰 기부가 잇따르지만, 이처럼 회사 지분과 미래 수익까지 100% 공익 단체에 기부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쉬나드 회장은 NYT에 “내 기부가 몇몇 부자와 많은 빈자로 귀결되는 자본주의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를 만드는 데 도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쉬나드 회장은 전설적 암벽 등반가다. 1938년 미국 메인주에서 배관공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요세미티 국립공원 암벽 등반의 1세대 소리를 들었다. 대장간에서 손수 만들어 쓰던 등반 장비가 소문나자 조금씩 만들어 팔았다.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창업주 이본 쉬나드 회장은 “기업을 소유하는 것이 인생 목표가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4조원에 이르는 회사 지분을 모두 환경 단체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파타고니아코리아 홈페이지

1960년대 초반엔 주한 미군으로 징집돼 한국에서 근무했는데, 당시 북한산 인수봉에 자주 올랐다고 한다. 그가 개발한 북한산의 암벽 등반 두 코스엔 지금도 ‘쉬나드 A길’ ‘쉬나드 B길’이란 이름이 붙어있다.

그는 귀국 뒤 등산 장비 회사 ‘쉬나드 장비’를 차린 데 이어, 1973년 등산 장비와 의류, 서핑·스키 용품 등 아웃도어 용품 전체를 아우르는 기업 파타고니아를 설립했다. 파타고니아 제품은 유기농 면을 쓰고 직원 복지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친환경 원칙을 지키는 협력사와만 거래해 상당한 고가(高價)다. 미 진보 엘리트층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아웃도어계의 구찌’라 부른다. 동시에 “자원을 아끼게 새옷 사지 마라. 수선하거나 물려받아 입으라”고 광고하는 의류 업계의 이단아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 이본 쉬나드 회장이 등반하던 모습. 파타고니아 경영 이전부터 '요세미티 암벽등반 1세대'로 불리며 암벽등반가로 이름을 날렸다. /포브스

쉬나드 회장은 경제지 포브스에 자신이 ‘억만장자’로 등재되면서 화가 나기 시작했다고 NYT에 말했다. “난 기업을 소유하는 것이 인생 목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는 저렴한 스바루 자동차를 타고, 낡은 셔츠와 바지를 입고 다니며 컴퓨터·휴대폰도 갖고 있지 않는다고 한다. 두 자녀 역시 ‘억만장자란 있어서는 안 되는 정책 실패물’이란 신념을 갖고 있다고 한다. 쉬나드는 “내 삶을 올바르게 정리할 수 있게 돼 안도감이 든다”며 “우리에겐 이것(기부)이 이상적 해결책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