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2016년 2월 미 네바다주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치르기 전 라스베이거스에서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인스타그램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자기가 한 가장 배짱 있는(gutsiest) 결정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었다고 5일(현지 시각) CBS방송의 스타 앵커 노라 오도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밝혔다. 클린턴 전 장관은 최근 딸 첼시와 함께 각 분야에서 비범한 성과를 거둔 여성들을 만나는 ‘배짱 있는(Gutsy)’이란 제목의 프로그램을 촬영했다. 이날 인터뷰는 오는 9일 애플TV+로 나가는 이 프로그램 첫 방송을 앞두고 이뤄졌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 인터뷰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한 가장 배짱 있는 일은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었다. 쉽지 않은 일이었고 오직 나만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적인 삶에서 보자면 대통령에 출마하기가 힘들었다”면서 “그것은 안전 그물도 없는 외줄을 타려고 하는 것과 같았다. 예전에 누군가가 해본 적이 없는 일이고 내 앞에 아무도 없는 것과 같았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오도널이 “대통령에 출마한 것보다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 더 배짱 있는 일이었다는 말에 놀랐다”고 하자, 클린턴은 “내 개인 삶을 보자면 그랬다”고 답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결혼 생활을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있었다. 내가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조차 그에 대한 의견이 매우 강했다”고 했다. 당시 미국 사회 일각에서는 남편이 불륜을 저지른 사실이 공개됐는데도 클린턴 전 장관이 이혼하지 않는 데 대한 비판 여론도 있었는데 그런 측면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전 장관은 “모든 일이 공개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더 고통스럽고 힘들었다”면서도 “(이혼하지 않은 데 대한)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8년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性) 추문, 이른바 ‘지퍼게이트’에 휘말렸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또 이 인터뷰에서 1995년 브라질을 방문했다가 “선정적(suggestive) 사진”을 찍힌 것이 이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굳어진 바지 정장을 고집한 계기였다고 했다. 그는 1995년 10월 미국 대통령 부인으로서 여성과 아동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라틴아메리카를 순방했다. 브라질 방문 당시 상황에 대해 클린턴 전 장관은 “나는 소파에 앉아 있었고 기자들이 들어왔다. 마구 사진을 찍어대더라”고 회고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다리를 오므리고 있었지만 폭이 좁은 치마 속 깊숙한 곳에서 살짝 속옷이 보이는 사진이 찍혔다. 브라질의 한 속옷 회사는 1995년 11월 이 사진을 이용해 대형 광고를 제작했다. 그는 “광고판이 등장했다는 보고가 갑자기 백악관에 올라왔고, 나는 다리를 모으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진은 좀 선정적으로 찍혀 있었다”면서 “그 뒤로 내가 연단 위에 있거나 계단을 올라갈 때 아래쪽에 사진사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는데 견딜 수가 없더라”고 말했다. 클린턴 전 장관과 함께 CBS 인터뷰에 응한 딸 첼시는 “(어머니가 바지 정장을 주로 입게 된 사연을) 나도 몰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