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 문제 알리기에 나선 전예원(오른쪽)씨. /박지민 기자

“요즘 젊은 층이 탈북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지만, 사실 납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많지 않거든요. 이 문제를 널리 알리려면 같은 청년들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비영리단체 북한인권시민연합과 유엔인권사무소가 지난달 30일 ‘유엔 국제 강제 실종 희생자의 날’을 맞아 한국 유엔인권사무소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청년 활동가 북한강제실종 캠페인 브리핑’을 열었다. 이날 이곳에선 20대 청년 17명이 북한에 납치된 납북자 문제를 왜 널리 알려야 하는지, 이를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할 생각인지 등을 진지하게 발표했다.

북한이 타국 국민을 조직적으로 납치한 것을 ‘강제 실종’이라 하고, 북한에 의해 강제 실종된 사람들을 보통 납북자라고 부른다. 통일부에 따르면 6·25전쟁 당시에 국민 10만여 명이 납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전협정 체결 이후에도 어선·민간 항공기 등을 통해 3835명이 납북됐고, 516명이 현재까지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브리핑에 참여한 성신여대생 강연지(21)씨는 작년 4월부터 탈북 청소년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한다. 어려서부터 남북이 통일되면 어떤 국가가 될지 고민하는 등 북한 관련 사회문제에 관심이 특별히 많은 편이었다. 그런데도 납북 문제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고 한다. 강씨는 “아직까지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분들도 많고 피해 가족들도 고통받고 있는 만큼, 이런 중요한 일을 최대한 많이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젊은 층에게 최대한 이 문제를 많이 알리기 위해 뜻을 함께하는 동료 3명과 함께 지난 6월 소셜미디어(SNS) 페이지를 만들었다. 납북자 문제를 다룬 카드 뉴스를 꾸준히 올리고 있다. 또 납북자들을 기억하자는 의미를 담은 반지도 만들어 판매할 계획이다. 강씨는 “반지는 약속의 상징이면서 청년들이 자주 착용하는 장신구”라며 “반지에는 라틴어로 ‘당신을 항상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새겨 강제실종 피해자들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수익은 전액 납북자 인식 개선을 위해 기부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외대 재학생인 전예원(21)씨는 2020년 대학에 입학하고 북한 인권 관련 학회에 가입하고 나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전씨는 “2018년 판문점선언이 나오고 겉으로는 화해의 분위기가 무르익었지만, 정작 북한에 잡혀간 납북자들은 생사 확인조차 되지 않는 현실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전씨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납북 문제에 대한 정보를 담은 인터넷 사이트를 직접 만들었다. 6·25전쟁 당시와 전쟁 후 납북 실태가 어땠는지, 역대 정부는 납북자를 송환하기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등의 내용을 담았다. 전씨는 “강제실종에 관한 정보가 통일부나 피해자 단체 홈페이지에 각각 나뉘어 있어, 제대로 자료를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납북자에 대한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웹페이지를 만들어야, 젊은 세대들도 강제 실종 문제를 더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이들 외에도 북한 내 정치범 수용소 문제에 대한 단편소설을 만들기로 한 사례 등이 공개됐다. 이날 영상으로 축사를 보낸 엘리자베트 살몬 신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여러분의 지속 가능한 헌신 덕분에 많은 실종자의 행방은 잊히지 않을 것이며 책임 규명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