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주(오른쪽) 중국 쓰촨외국어대 한국어과 교수가 중국 쓰촨성 청두 무후사에서 관람객을 안내하고 있다./김은주씨 제공

“무후사(武侯祠)에 대해 설명하는 제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아본 중국인들이 깜짝 놀라며 함께 사진 찍자고 해요.”

중국 쓰촨성 청두 무후사는 촉(蜀) 황제 유비와 승상 제갈량을 기리는 사당이다. 송나라 장수 악비가 쓴 제갈량의 출사표가 걸려 있는 이곳은 삼국지 여행의 성지(聖地)로 꼽힌다. 김은주 쓰촨외국어대 한국어과 교수는 외국인으론 처음 올해 무후사 문화자원봉사 자격을 얻었다.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선발부터 까다롭다. 5개월간 서류 심사, 면접, 시험을 통과하고 추가로 3개월간 실습을 마쳐야 자격증을 준다. 퇴직 교수 등 삼국지 애호가들로 이뤄진 50명의 봉사자 중 외국인은 김 교수뿐이다.

중국인과 결혼, 2003년 청두로 이주해 20년째 살고 있는 김 교수는 남편과 함께 삼국지 관련 유적지를 찾아다녔다. 2017년에는 남편인 웨이쭈콴 중국 전자과기대 교수와 함께 ‘삼국지 감춰진 이야기’ 등 삼국지 서적 3권을 한국어로 번역했다.

삼국지를 사랑하는 한국인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김 교수는 청두 방송국이 제작한 무후사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틈틈이 삼국지 답사 영상을 찍어 한국에도 소개하고 있다. 김 교수는 “2019년 청두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 때 3국 정상이 모두 삼국지에 대해 언급했다”며 “삼국지는 오랜 기간 동양이 사랑한 고전인 만큼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도 삼국지로 소통하고 가까워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애국주의 성향이 강한 중국 젊은 층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매일 강단에서 그는 “중국 젊은이들 대다수는 여전히 개방적이고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많다”고 했다. “국가나 기업 수준에선 다투고 경쟁하더라도 한·중 젊은 세대는 공통의 화제(話題)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에게 삼국지가 그랬던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