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높은 반미(反美) 발언으로 3500만명의 팔로어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온 중국 논객이 미국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 중국 주요 소셜미디어(SNS)로부터 사용 정지 처분을 당했다. 필명 ‘쓰마난(司馬南)’으로 활동하는 논객 위리(於力·66)다. 대만 연합보는 20일(현지 시각) “위리가 지난 2010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주택을 구입한 후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위리는 “미국은 전 세계의 적이자 각국을 착취하는 거대한 종양 덩어리”와 같은 강도 높은 발언들을 통해 애국주의 성향이 짙은 중국 내에서 인기를 얻어 왔다. 그는 웨이보 309만명, 더우인(틱톡의 중국 서비스명) 2203만명, 터우탸오(중국 뉴스 서비스) 1031만명 등 총 3500만 명이 넘는 팔로어를 보유해 자국 여론을 좌지우지했다.
그러나 위리가 2010년 25만7000달러(약 3억4000만원)를 들여 구입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택의 현 시가가 58만달러(약 7억7000만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익명의 제보자에 의해 폭로됐다. 그의 중국 내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 계정들은 20일 정오 무렵부터 모두 사용 정지됐다. 특히 그의 웨이보 계정에는 현재 “관련 법률 규정을 위반해 이 계정은 금언(사용 정지) 상태가 됐다”는 메시지가 떠 있는 상태다.
중국 네티즌들은 “반미는 일이고 미국행은 생활이냐” “25만7000달러는 2010년 당시 중국 일반 근로자들 137명이 1년간 식음을 전폐하고 모아야 벌 수 있었던 돈”이라는 등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대만 쯔유시보는 “미국을 암(癌)이라고 비판한 그가 사실은 미국에 막대한 세금을 내면서 그 암을 키우고 있는 사람”이라고 위리를 비꼬았다.
한편 위리는 지난 2012년 1월에도 미국에 거주 중이던 가족을 만나러 워싱턴을 방문했다가 그를 알아본 중국인들에게 거센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위리는 “반미는 나의 직업이고 아내와 딸이 있는 미국에 온 것은 생활”이라며 “일과 생활을 구분해 달라”고 해명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위리의 미국 집 구매 사실이 12년 만에 갑자기 수면 위로 떠오른 점 등을 들어 10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3연임) 확정을 앞두고 미국 유학 자녀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공산당 지도부에 일종의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은 딸을 예일대로 유학 보내 졸업한 뒤에도 미국에 살게 했으며,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딸을 중학생 때부터 미국에 유학 보내 논란이 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