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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교에서 미국은 416시간, 일본은 405시간 인공지능(AI) 등 정보교육을 하는데 한국은 51시간 뿐이다.”
“정작 필요한 교육은 외면하고 공부도 안 시키는 우리나라 공교육 학교들은 실업자 양성소이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연세대 특임교수 등을 지낸 김정호(66) 전 자유기업원 원장의 말이다. 그는 올 6월 <공교육을 뒤엎자>라는 단행본을 냈다. 이 책은 ‘40년 경제학자의 격정 교육개혁 보고서-교육, 이대로 두면 나라 망한다’는 부제(副題)를 달고 있다.
<코로나 디바이드>(2021년), <대한민국 기업의 탄생>(2016년) 등 20여권의 저서를 낸 김 박사는 13만명 넘는 구독자를 가진 경제전문 유튜브 채널 <김정호의 경제TV>를 운영하고 있다.
◇“교육이 활로...지금 학교로는 어림없어”
- 평생 경제학자인데 교육에 관한 책을 쓴 이유는?
“한국 경제와 미래의 유일한 활로(活路)가 교육인데, 그 근간인 공교육이 너무 한심하고 문제 많아서다. 공교육을 바꾸지 않으면, 지금 학생들은 성년이 된 뒤 자신과 가정, 나라의 경제 상황이 나빠지는 씁쓸한 현실을 매년 마주하게 될 것이다.”
- 왜 그런가?
“수동적인 인내와 복종을 강요하는 한국 공교육은 제조업 시대에는 효과적이었다. 상사(上司)의 명령을 재빨리 실행하고 선진국 기술을 잘 베끼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기업이 개인의 평생을 책임지지 않는다. 수평적 디지털 사회 도래로 개인의 창의와 자율에 바탕한 실력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다.”
김 박사는 이어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교육은 급변하는 사회를 미리 경험하고 준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학교를 ‘인생예비체험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학교로는 어림없다. 학생들을 교실에 가둬놓고 교사가 일방적인 지식 전달과 주입만 해서다. 그마저 재미 없고 쓸모 없을 뿐 더러 인터넷에서 대부분 금방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 우리나라 공교육의 큰 문제점을 꼽는다면?
“무엇보다 일반고교의 교실 붕괴가 심각하다. 수업시간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잠을 잔다. 학생은 흥미를, 교사는 의욕을 잃은 지 오래다. 5지선다형(選多型) 방식의 대입 수능시험은 세상 사는 능력과 거의 무관하다. 인성(人性)교육도 미흡하고, 학교가 가르치는 교과서 지식은 차라리 디지털 교육 플랫폼에서 배우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재미·유익 충족시키는 교육 현장 돼야”
- 공교육이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됐다는 말인가?
“그렇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의 공교육은 졸업장 받는 걸 빼면 세금 낭비이자, 개인 돈 낭비, 인생 낭비이다. 심지어 졸업후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기 위해 대학생들은 학교 밖에서 경력을 쌓고 있다.”
김 박사는 “이는 공교육이 최근 20년간의 경제·사회 변화를 외면하고 40~50년 전 상태에 멈춰 있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학교 교육은 갈수록 무용(無用)하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 그렇다면 우리나라 교육은 어떤 식으로 바뀌어야 하나?
“지금 학생들이 졸업하면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세상이 본격화한다. 여기서는 프리랜서로, 즉 자기 개인 브랜드로 살 수 밖에 없다. 대기업 같은 조직에 소속해 있어도 마찬가지다. 바꿔 말하면 학교를 졸업한 뒤 ‘스스로 일자리를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이들이 학교 다닐 때 세상을 헤쳐 나가는 능력과 독립심, 협동성을 갖춰야 한다.”
김 박사는 “5~10년 후 사회 생활을 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자기 주도성(self motivation)이다. 학생들의 재미와 유익을 충족시켜 주는 자기주도적 수업이 돼야 한다. 체험 중심의 프로젝트 교육도 필요하다”고 했다.
- 그런데 왜 안 될까?
“학생들도 준비가 돼 있다. 문제는 학교와 교사, 그들을 통제하는 공무원들이다. 기존 학교와 교사는 교과 지식 전달용으로 양성됐고 거기에 지나치게 길들여져 있다. 공무원들은 이들에 대한 통제권을 놓으려 하지 않고 있다.”
- 진보 교육감들은 기존 공교육의 대안(代案)으로 ‘혁신 학교’ 등을 내걸고 있다.
“한 마디로 공부 덜 시키고, 시험 덜 보는 교육을 하자는 주장이다. 그들 얘기대로 하면 학생도, 교사도 편하고 행복하다. 하지만 그 행복은 학교 안에 있을 때 뿐이고, 사회에 나오면 낙오자가 된다. 부모들도 그걸 알기 때문에 극성스럽게 사(私)교육을 시킨다.”
김 박사는 “격차 없고 공부 안 시키는 교육을 하면 한국 아이들끼리는 격차가 없을지 모르지만, 외국 아이들과의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진다. 이는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공교육 늘릴수록, 교육 현장 황폐화”
- 그래도 공신력있는 공교육을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아프리카 사례로 대답하겠다. 1960년대 이후 세계은행(World Bank)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이 빈곤 탈출을 위해 아프리카 각국에 공교육 투자를 늘렸다. 1960년 이후 25년간 동아시아 국가들의 연평균 교육자본 증가율은 2.8%인 반면, 아프리카 국가들은 4%를 넘었다. 그러나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성장율은 0.5%를 밑돌았고, 삶은 거의 나아지지 않았다.”
- 무슨 의미인가?
“공교육 확대가 인적 자본 향상과 경제 성장으로 직결되는 게 아니라는 방증이다. 공교육 예산을 늘리면 교사와 공무원의 처우가 개선되고 최신 시설·장비를 도입할 수 있다. 그러나 교사가 학생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효과는 전무(全無)하다. 공교육을 늘릴수록 교육예산을 배정·집행하는 공무원들의 통제가 심해진다. 이로인해 각급 학교는 교육부 지시 아래 획일화된 교육을 하게 된다.”
그는 “무상교육을 늘릴수록 교육의 질(質)이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도 중대한 착각이다. 교육 현장에서 다양성이 위축돼 재미와 활기가 사라지고 황폐화된다”고 했다.
- 학령 인구가 줄어도 대학입시는 여전히 ‘입시 지옥’이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속칭 SKY 대학 경쟁률이 3대 1인데, 미국 동부명문 아이비 리그(Ivy League) 대학 경쟁률은 약 20대 1이다. 그렇지만 미국 대학 입시에선 SAT, IB Diploma 등 여럿 중 자기 적성에 맞는 걸로 준비하면 된다. 따라서 훨씬 덜 고통스럽다. 한국은 수능시험이란 하나의 잣대로 경쟁하니 재미 없고, 준비 자체가 고생이고 지옥이다.”
김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수능 시험을 계속 실시하더라도 채택 여부는 대학교가 결정토록 해야 한다. 대학 입시는 입사(入社)와 같은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 즉, 자기 대학에 들어와 졸업한 후 자기 대학의 명성과 발전에 도움되는 학생을 대학이 골라 뽑도록 말이다. 미국, 영국 대학들은 다 그렇게 한다.”
◇“등록금·입시·교수 급여 등, 대학에 ‘自由' 줘야”
- 대학에 자율권(自律權)을 주자는 말인가?
“그래야 마땅하다. 미네르바 대학(Minerva University) 같은 것을 포함해 학생들의 마음에 드는 대학이 우리나라에서 나오도록 길을 터주어야 한다. 등록금도 자율화해 비싸게 받는 곳, 적게 받는 곳으로 다양해져야 한다. 그러면 등록금이 비싸도 학생들이 꼭 가고 싶은 대학들이 등장할 것이다. 정부 예산을 무기(武器)로 한 공무원의 대학 운영 간섭을 막고, 대학들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하면 된다.”
- 미국은 세계 최고 교육 강국(强國)인데, 무엇이 다른가?
“자유로운 대학 교육이 미국 교육의 최대 강점이다. 교육 내용, 등록금, 교수 평가 및 급여 모두가 각 대학들이 재량으로 정한다. 유럽의 국립화된 대학들과 정반대로 완전경쟁 시스템이다. 그러니 최고 인재들이 모여들고, 최고의 지식을 전수(傳受)하고 생산한다.”
◇정부 지원 받으며 私立처럼 운영
- 미국 공교육은 어떤가?
“차터 스쿨(Charter School)을 눈여겨 보라고 말하고 싶다. ‘차터’란 학교를 어떤 목표로 운영하겠다고 명시한 선언문인데, 이것을 정부에 제출해 승인받아 세운 학교가 차터 스쿨이다. 올 8월 개교하는 옵티마 고전 아카데미(Optima Classical Academy)는 고전에 중점을 두며 메타버스와 가상현실(Virtual Reality) 등으로 맞춤형 교육을 한다. 차터 스쿨은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지만, 개별 차터에 따라 완전 사립으로 운영된다.”
- 우리나라 공교육도 이런 식으로 바꾸자는 건가?
“그렇다. 여태 우리 공교육은 당국의 감시감독 아래 학생들에게 인내심과 복종심을 강요해 왔다. 이제는 학교와 학부모, 학생에게 선택(選擇)할 권리(權利)를 돌려 주고, 이들이 변화를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 먼저 개별 학교가 교육 내용을 스스로 개발하고 교육 실험을 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학부모와 학생은 여러 학교들 가운데 자기가 배우고 싶거나, 잘 가르치는 학교를 골라 가면 된다. 한국 교육의 모델이던 일본의 경우, 도쿄도(都)부터 학부모와 학생들이 자유롭게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선택해 가도록 바꾸었다.”
김 박사의 이어지는 말이다.
“한 예로 우리나라에선 게임 대안학교를 정규 고교 과정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미국에선 이를 인정해준다. 국내에 있는 미국 게임 대안학교를 졸업한 한국 학생 13명 전원이 미국 대학에 진학하고, 일부는 e스포츠 장학생이 됐다. 한국에선 세계적 e게임 선수가 될만한 자질있는 학생도 낙오자로 찍힌다. 개인과 사회, 대학의 미래를 가로막고 있는 게 현재 한국 공교육이고, 대학 제도이다.”
◇“공무원, 정치인, 시민운동가들이 교육 망쳐”
- 이런 개혁은 말은 쉬워도 저항이 클 것 같다.
“가장 큰 걸림돌은 공무원들의 통제 본능과 ‘교육 정치’이다. 잘하는 학생을 끌어내려 모두 내 자식과 같거나 못난 존재로 만들어 싶어하는 대중, 그리고 그런 질투심 위에 올라타 학교와 교사를 통제하는 공무원, 정치인, 시민운동가들이 교육을 망치고 있다. 이제 그들의 통제에서 학교와 교사를 해방시켜야 한다.”
- 어떻게 학교와 교사를 해방시킬 수 있나?
“교육 예산을 각급 학교에 진학할 부모들에게 직접 나눠주고, 그들이 ‘선택한 학교’에 납부하게 하면 된다. 학교 입장에선 예산을 정부가 아니라 학부모로부터 받게 된다. 여기에는 사립은 물론 공립도 똑같다. 학생·학부모의 선택을 못 받은 학교는 예산 부족으로 적자(赤字)가 생기고 폐교할 수도 있다. 학교 마다 생존하려 발버둥치게 된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이미 이렇게 하고 있다.”
- 이 경우 교육부와 교육청의 역할은?
“교육부는 기초학력 평가 시험을 맡아하고, 학교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수시 점검해 학부모들에게 알려주는 게 주 임무가 돼야 한다. 교육에 관한 실질적인 권한은 개별 학교로 넘겨야 한다. 학교에 자유(自由)를 주고, 어느 학교가 좋을지는 학부모가 선택토록 하면 학생과 교육 현장이 되살아난다.”
◇“학부모들에 바우처 나눠주고, 학교 고르도록”
그는 “학생들이 하고 싶고, 배우고 싶어하는 스트릿 댄스(Street Dance), e게임, 드론 같은 것을 전문으로 하는 곳도 정식 학교로 인정하고, 여기서 가르치는 교사 자격을 대폭 완화해야 공교육이 정상화된다”고 했다.
“소프트웨어개발자, 프로게이머, 반도체 엔지니어, 댄서, 방송작가, 소설가, 아나운서, 연예 PD들이 쉽게 교사가 되어 학생들에게 경험과 직관(直觀)을 전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럴러면 교육 공무원과 사범대·교육대학 교수들과 이들 대학 출신 교사들의 기득권을 뛰어 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학부모들도 발상을 바꾸어야 할 것 같다.
“맞는 말이다. 자녀에 대한 교육은 부모의 권한이며, 국가는 그 부모에게 (부모가 세금으로 납부한 정부 예산인) 교육 비용을 제공해야 한다는 시민적 주권(主權) 의식이 긴요하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임금과 스승, 아버지의 은혜는 다 같다는 뜻) 같은 봉건적 사고와 결별해야 한다. 무능(無能)한 공무원들에게 더이상 교육을 맡겨놓을 수 없다. 학부모와 학생, 교사가 변화를 주도하는 방향으로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 출범 4개월째인 윤석열 정부에 당부한다면?
“교육 예산을 학부모에게 직접 나눠준다는 데 싫어할 사람 없을 것이다. 학부모에게 힘을 실어주고 학부모와 손잡고, 전교조에 당당하게 맞서라. 그리고 개별 초중고교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더 장려해야 한다. 수능 채택 여부를 포함한 대학입시와 등록금 등도 대학들의 재량에 맡기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력 추락이 가속화할 것이다.”
◇자유·선택·자율이 혁신의 열쇠
- 이같은 주장과 요구를 하는 교사나 학부모들이 있나?
“아직은 소수이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지지하는 교사단체, 학부모단체가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부산 금성고 조윤희 교사가 이끄는 대한민국 교원조합(대한교조), 간정혁 대표가 이끌고 있는 새싹부모회가 있다. 이들이 세(勢)를 불리고 일을 잘 해 나갈 수 있도록 여러 사람들이 도우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공교육 수술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 세 개를 꼽는다면?
“첫째, 교육예산을 바우처(쿠폰) 형식으로 학부모에게 나눠주고 학교를 선택(選擇)하게 하라. 그리고 선택 못받은 학교는 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라. 둘째, 학교 교육에서 공무원들은 손을 떼라. 국가수준 교육과정은 느슨한 원칙 정도의 수준으로 유지해서 각 학교들이 저마다 학생 성공을 위해 자율(自律)적으로 머리를 짜내도록 하라. 셋째, 학교 설립의 자유(自由)를 허용하라. 최소 요건만 갖추면 웬만한 대안학교들을 정규 학교로 인정하고 무상교육 대상에 포함시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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